[시론] '파이로프로세싱'이 돌파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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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포화한 · 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지난 10월25일 워싱턴에서 있었다. 첫 모임에서 현안을 검토하기 위한 한 · 미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그동안 원전을 수출하고 원자력 기술을 제3국에 이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키워왔으며,40년 전과 비교해 원자력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개정을 원하고 있다. 한국이 원자력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완전한 핵연료주기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농축과 재처리 기술이다. 핵확산과 직결돼 기술확보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공정 제시로 美 설득을
경수로 핵연료는 4~5%의 농축이 필요한데,현재 우리는 원광 확보와 농축된 우라늄의 성형 가공만을 하고 있으며,농축은 농축시설을 운영하는 국가에 의뢰하고 있다. 핵연료에 사용하는 저농축 기술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고농축 기술과 기본 원리가 같기 때문에 그 확보가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 추세를 보면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 우라늄 가격도 상승하고,농축 비용도 급등한다. 따라서 농축 물량을 확보하려면 공급국에 더 많은 비용을 제시해야 한다. 원활한 원전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농축 공정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이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 미 협정 개정과정에서 저농축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한국만 예외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입장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해외 농축시설에 대한 지분 투자를 강화해서라도 농축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재처리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므로,플루토늄의 사용 목적을 투명하게 하기 전에는 허용되기 어렵다.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재처리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료를 태우면 나오게 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장소가 없게 돼 원전 운전이 불가능해진다.
원래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에 7년 정도 보관한 뒤 처리 또는 처분할 계획이었으나,이제는 더 이상 보관할 장소가 없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중간저장 부지를 구하는 것도 실패해 새로 짓는 발전소로 옮겨서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이것도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현재 중간저장 부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그 기간 내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 처분 방법으로는 직접처분,재처리,재활용이 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땅 속에 묻는 직접처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깊은 땅 속에 묻어야 하며,충분히 방사성물질을 없애기 위해서는 10만년 이상 저장해야 한다. 이 방법은 처분면적도 매우 많이 필요로 하며,미국 유카마운틴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조차도 반대가 심하다.
재처리는 핵확산금지조약에서 아예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공법)을 이용한 재활용이다. 재활용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불필요한 핵분열생성물을 제거하고 나머지 물질들로 새로운 연료를 만들어 고속로에서 태우는 것으로,파이로프로세싱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재활용도 일종의 재처리라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된 모든 공정을 투명하게 해 핵무기 전용 시비가 아예 나오지 않게끔 국제적인 신뢰를 얻고,미국 측의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첫 번째 회의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가능성에 대해 좀 더 검토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앞으로 진전이 있길 기대한다.
이은철 <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