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총에 외국기업은 빼라고?…'100조' 논란 가열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었다구요? 아닙니다. 현재 98조원입니다…"

4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을 두고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시가총액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이가 나는 이유가 외국기업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이날 장마감 기준으로 D사의 HTS에는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100조822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홈페이지(www.krx.co.kr)에서 제공하는 화면에는 98조225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주식총괄 시가총액이 이날 마감가로 100조원을 넘어서면, 이는 2008년 1월10일(101조7133억원) 이후 2년10개월만의 기록이다.

그렇지만 시스템의 차이에 따라 시장의 규모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시가총액이 무려 2조원의 차이가 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어떻게 집계하느냐에 따라 시총의 차이가 나왔다. 하지만 ETF가 없는 코스닥 시장의 총액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을 두고 거래소에서는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을 집계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몰랐던 외국기업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지수 시가총액 집계에는 외국기업과 DR(주식예탁증서) 등이 제외돼 있다"며 "여기에서 시가총액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코스닥지수 시가총액 집계방식을 정할 당시에는 상장된 외국기업주식들이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하고 계산키로 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상장주식총괄 시가총액(외국기업, DR 포함)은 전날 종가기준을 99조6586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가 5.64포인트(1.07%) 상승했기 때문에,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주식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조원을 넘어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지표"라며 "한국거래소가 주요지표에 대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은 우리 국민들의 자본이 들어가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기업이라도 엄연히 우리 돈들이 들어가 있는데 시가총액에 포함되지 않는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외국기업 관계자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시가총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시장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한 중국계 기업 관계자는 "한국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으니 당연히 시가총액 산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외국계라 빠져있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그는 "한국거래소가 외국기업들의 한국시장 상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이 때문에 우리도 상장을 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구성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곁방살이' 신세였다"고 푸념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외국기업은 중국계 11개, 미국계 1개, 일본계 1개 등 13종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소에도 한국거래소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기업들의 상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지수 시가총액 산정방식에 이들을 편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하나·한민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