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앤티 '주가조작' 소액주주가 이겼다

법원 "정국교 前 대표, 749명에 213억 배상하라"
2007년 해외 광물투자 허위공시…회사도 90억 책임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치앤티(H&T) 주가조작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주가조작 관련 단체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한 투자자만 1306명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황적화)와 민사21부(부장판사 여훈구)는 4일 김모씨 등 749명이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정국교 전 민주당 의원(51 · 에이치앤티 전 대표이사)과 이 회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상액을 합치면 정 전 의원은 약 213억원,에이치앤티 법인은 약 90억원에 달한다. 이사였던 이모씨와 연모씨에게도 책임을 물어 각각 16억원의 배상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5일에도 민사32부가 투자자 557명이 낸 260억원 배상소송을 선고할 예정이다. ◆높이 날았지만 밑바닥까지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던 정씨는 2008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시 정당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선거 후 한 달 만에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에이치앤티는 2007년 4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원료인 규사광산 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4000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10월 장중 8만9700원까지 20배 넘게 폭등했다. 하지만 그는 주가 상승을 틈타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취소가 발표되자 주가는 6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정씨는 주식을 팔아 약 440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그는 국회의원 후보 재산 등록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1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또 대법원은 올 4월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월,벌금 130만원,추징금 86억여원을 확정했다. ◆부당한 시세차익,투자자 손해 배상하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 전 의원이 부당 이익을 위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중요 사실을 부실하게 기재하는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과 투자자가 입은 피해 사이에 법률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로 시세를 조종,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본 것이다.

손해배상의 집행은 다른 사건과 달리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정 전 의원의 주식을 압류했고 법원은 지난 9월 이를 장내에서 매각해 현금으로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변환봉 변호사는 "법원이 초기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거의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며 "통상 법원은 주식투자에는 투자자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현일/양준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