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야간시장 1만계약 주문에 '깜짝'

평상시 거래량의 5배…해외 기관 헤지거래 추정
코스피200옵션 야간시장에 1만계약이 넘는 대량 주문이 처음 출현했다. 해외 기관투자가가 평소 거래량의 약 5배에 달하는 물량을 지난 3~4일 이틀 연속 쏟아내 그동안 부진했던 야간 옵션시장이 '위험관리(헤지)'라는 제 역할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야간옵션 시장에 내년 3월물 콜옵션(매수권리 행사가격 255포인트) 1만계약이 유입됐다. 거래대금으로는 71억원어치다. 대량 주문이 가세하면서 이날 하루 거래량은 1만1346계약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달 13일 2417계약에 비해 4.69배에 달한다. 국내 옵션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近)월물이 아니라,내년 3월 행사될 원(遠)월물에 대량 주문이 들어왔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시아의 한 금융회사가 내놓은 물량을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의 회원사가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야간시장 개설 후 해외 기관의 이 같은 대량 거래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4일에도 다시 1만계약이 거래돼 시장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관들이 국내 주식 운용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옵션 야간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투기성 거래가 아니라 해외 기관이 한국물 스와프에 대한 헤지용으로 블록 딜(대량매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전쟁과 금리인상 이슈 등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헤지 수요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거래량 세계 1위인 국내 옵션 주간시장에선 원하는 호가로 대량 매매하기 어려워 야간시장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 8월 개장한 옵션 야간시장은 밤중에 일어나는 글로벌 변수에 미리 대응할 수 있고,차익거래 등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지난주(10월25~29일) 일평균 거래량이 1346계약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거래소 측은 "최근 거래를 계기로 헤지 목적의 대량 거래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며 "해외 장외시장 수요를 장내로 유입시키려는 목적에도 맞다"고 기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코스피200옵션 야간시장

한국거래소가 지난 8월 코스피200지수 옵션의 야간시장을 개장,24시간 연계 거래가 가능해졌다. 야간시장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에서 코스피200옵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일 만기 선물을 상장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urex와 연계 거래가 가능한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도 매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