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차 양적완화 후폭풍] 불 붙은 유동성 장세…자산버블 조짐에 신흥국 '부글부글'

亞 주요 증시 일제히 강세…원자재·곡물값 동반 급등
"국제유가 100달러 갈 것…정책효과 없이 불확실성 키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5일 세계의 자산 및 상품 시장이 일제히 꿈틀댔다. 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FRB가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강화한 게 유동성 장세로 이어지며 자산거품 우려를 키웠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거품 경계감이 확산된다는 점에서 조정 불가피론도 제기된다.


◆다우지수 리먼사태 이전 수준 회복뉴욕증시에서 4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19.71포인트(1.96%) 오른 11,434.84로 거래를 마감하며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최저점 대비 75%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4%포인트 급락(국채가격 급등)한 연 2.48%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최근 4일간 내리 올랐던 한국 시장만 숨고르기를 했을 뿐 일본 중국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 증시가 모두 강세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86%나 뛰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주가는 이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2008년 1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에 접근하고 있어 버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신흥국가들에서는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머징 국가 정책당국자들은 미 달러자산에 묶여 있던 돈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탄력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통화가치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부 장관은 "FRB 정책이 잘못됐다"며 "브라질은 이 문제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달러 가치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0.8% 하락했다. ◆쏟아진 달러 에너지 상품 쪽 대거 유입

달러 가치 하락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은 곧바로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13% 오른 배럴당 86.49달러로 장을 마쳤다. 7개월 만의 최고치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유가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안토인 할프 뉴에지USA 에너지 수석애널리스트는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에너지 상품 쪽으로 대거 유입된다"고 말했다.

주춤했던 금을 비롯한 금속소재가격까지 고개를 치켜들었다. 국제 금값은 이날 3.4% 급등한 온스당 1382.7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구리가 1.44% 오른 것을 비롯해 알루미늄(1.64%),니켈(1.46%),주석(2.9%),아연(2.29%),납(0.4%) 등 6개 주요 금속소재 현물가도 동반 상승했다. 자산 시장이 꿈틀댔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FRB의 통화완화 조치가 미국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금리가 낮아 당초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산 거품만 야기하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노무라홀딩스의 밥 옌주아 자산배분전략가는 "경제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FRB가 투자자들을 위험자산으로 내몰았다"며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에 주식 상품 등 위험 자산의 가치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태완/이관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