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 美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 강연]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는 고객이익 무시한 투기"

금융규제 더 강화해야

美·유럽 금융시장 과도하게 발전…합리적인 수준 이미 넘어섰다
대형 금융기관 규제 필요…헤지펀드·PEF 통한 간접거래도 금지해야
폴 볼커 위원장은 미국 금융시장 규제안인 '볼커 룰'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위험한 투자를 하는 것을 제한해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제안한 볼커 위원장의 이름을 붙여 '볼커 룰'로 부르기 시작했다.

볼커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금융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자유시장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변동은 있겠지만 리스크가 분산돼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체 시장에 대한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한 개입과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미국이(볼커룰로) 이런 노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최종적으로 도입한 금융감독개혁법이 자신의 제안보다 다소 완화된 것과 관련해 "내가 그 방안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골자는 중요하고 유효하며 금융시스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가들도 동참해 비슷한 입법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볼커 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발전해 막대한 돈이 투입돼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은 수십년 전에 이미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금융시장이 제 의무를 다하도록 재건할지 아니면 금융시장을 '카지노'로 놔둘지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기적 거래의 사례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꼽았다. "2007년 신용 잔액은 10조달러인데 이를 유동화한 CDS의 잔액은 60조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볼커 위원장은 또 "상업은행들은 자기자본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며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간접 거래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업은행이 자기자본 거래를 하는 것은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고 투기"라는 이유에서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금융회사(SIFI)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이었다. 볼커 위원장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바젤 개혁에서 알 수 있듯 곧바로 어떤 진전을 보기는 힘들겠지만,SIFI들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금융회사를 더 키워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경제 규모에 맞는 금융회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발짝 물러섰다. 그는 "아이슬란드 등은 국가 경제보다 금융회사가 지나치게 커 실패한 사례"라며 "한국의 규모에 맞는 금융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인가는 한국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