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즈니스 서밋] 혼자 힘으로 대학 마친 발렌베리家 후계자…'인도의 빌 게이츠' 도

눈길끄는 참가 CEO
"처음에는 한국이 이런 대규모 행사를 준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지만 최근 발표된 CEO들의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 최고 기업인들이 모이는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행사가 될 것이다. "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 포럼 총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보낸 축하 메시지를 통해 120여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을 이같이 평가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의 대표들이 서울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비즈니스 서밋 참가 CEO 중에는 소속 기업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 많다. 주요 CEO들의 성공 스토리를 요약했다.
"소유권은 특권이 아닌 책임"

◆마쿠스 발렌베리 SEB 대표

서울 비즈니스 서밋 2010에서 '금융과 실물경제' 소주제 컨비너(의장)를 맡은 마쿠스 발렌베리 회장은 5대째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백색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통신업체 에릭슨,스웨덴 2위 은행 SEB,하이테크 전투기와 자동차 생산업체 사브 등 스웨덴 대표기업들이 발렌베리 가문에 속해 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스웨덴 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달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발렌베리 가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소유권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는 말로 요약되는 전통을 150년째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어서다.

발렌베리 그룹 총수의 개인 자산은 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회사들이 거둔 수익이 총수 계좌가 아닌 발렌베리 재단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재단은 이 수익금을 사회공헌과 연구지원 활동에 사용한다. 스웨덴 국적의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전원이 발렌베리 재단의 도움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발렌베리 가문의 승계원칙도 기업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 없이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혼자 몸으로 해외 유학을 마쳐야 하며,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총수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기 위해 '투 톱' 경영체제를 고집하는 것도 가문의 전통으로 꼽힌다.

마쿠스 발렌베리 회장은 그의 사촌인 야콥 발렌베리 회장과 함께 현재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마쿠스 발렌베리 회장은 뉴욕의 씨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가문 자회사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의 대표로 활동했다. 지금은 일렉트로룩스,SEB,사브 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하버드대 MBA교수에서 변신◆빅터 펑 리&펑 회장

'무역 확대방안' 소주제의 좌장인 중국 리&펑 그룹의 빅터 펑 회장은 소규모 무역회사를 세계 최대의 패션 유통 업체로 키워낸 인물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906년 펑 회장의 할아버지가 중국 광저우에 설립한 리&펑은 외국 패션업체의 수주를 받아 중국 제조업에 하청을 주는 평범한 중개무역 업체였다.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경영학 이론에 정통한 펑 회장이 가업 승계를 위해 경영에 참여한 1976년부터다.

그의 혁신 키워드는 '글로벌 공급망'이었다. 패선제품의 원가는 25%이며 나머지 75%는 유통비용이라는 점에 착안,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주문에서 선적까지 걸리는 시간을 3개월에서 보름으로 줄였다. '패스트 패션'으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업체 '자라'와 견줘도 공급망 회전 속도가 2배에 달한다.

유통망 혁신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리&펑 그룹에 '러브콜'을 보냈고 그룹 매출은 연간 12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월마트 등 전 세계 40개국 1000여개 업체가 리&펑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발은 아이스크림 배달 사원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

'외국인 직접투자(FDI)' 소주제 컨비너인 피터 브라벡 네슬레 이사회 회장은 아이스크림 판매 사원에서 출발해 회장의 자리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입사 29년 만에 CEO에 취임했고 이후 8년 만인 2005년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CEO재임 기간 동안 주가를 3배로 끌어올린 그의 경영능력은 성숙산업인 식품업계에서 경이적인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8년 네슬레의 자회사 핀두스(Findus)에 입사한 24살 청년 브라벡은 매일 아침 냉동차를 몰고 알프스 주변의 슈퍼마켓과 가게를 돌며 아이스크림을 배달했다.

그는 직원들이 꺼려하는 남미 지사를 돌며 비효율적인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과감한 리스트럭처링으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남미의 파란만장한 경험을 통해 혼돈 속에서 경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1997년 CEO에 취임한 브라벡 회장은 10여년간 줄기차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매년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다시 사라지는 식품 대기업 특유의 비효율적인 폐단을 개선하는 게 구조조정의 목적이었다.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공장마다 원재료 글로벌 공급망을 정비하는 등의 활동에도 힘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CEO 취임 3년 만에 수익을 12% 높였고 5년 만에 이익이 나지 않는 공장 156개를 정리했다. 그가 10년 동안 통폐합한 브랜드는 수천개에 달한다.

실적 탁월한 세계100대 CEO에

◆디틀레프 엥겔 베스타스 대표

'녹색 성장' 부문의 컨비너 중 한 사람인 디틀레프 엥겔 베스타스 CEO 역시 남다른 '성공 신화'로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 이 시간에 세계 어딘가에는 3시간마다 한 대씩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있다"는 말은 엥겔 CEO의 업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04년 24억유로였던 매출은 지난해 말엔 66억유로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엥겔 사장은 올초 하버드 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탁월한 100대 경영인(The 100 Best-Performing CEOs in the World)'중 9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엥겔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풍력 발전기를 통해 세계가 해마다 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2020년에 글로벌 총 전기량 중 10%가 풍력으로부터 생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화석 연료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인도 IT업계의 독보적 신화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인포시스 대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의제에선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리는 인포시스의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사장이 컨비너를 맡았다.

그는 동료 6명과 함께 1981년 단돈 25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시가총액 270억달러의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다. 인생 이력 자체가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겐 희망인 셈이다. 인도 IT의 신화로 불리는 인포시스는 작년에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으로부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포시스는 인도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전산과 콜센터,회계,재무,물류관리 등의 업무를 외주 서비스로 제공하는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단순 업무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주력,세계 IT 아웃소싱 센터라고 불리는 인도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포시스는 '사람 중심 경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회사 임직원의 가치를 매년 연례보고서 참고란에 기재해 주주에게 알리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이 회사가 매긴 임직원의 가치는 매출의 5.5배인 1조213억3000만루피(한화 약 25조5000억원)였다. 인포시스가 인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