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美 크라이슬러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
입력
수정
● 美 빅3 한국업체가 '싹쓸이'
보쉬와 합작 SB리모티브 통해 BMW 이어 2번째 대형 수주
삼성SDI와 독일 보쉬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가 미국 크라이슬러에 전기 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전지를 공급한다. SB리모티브는 작년 8월 독일 BMW에 이어 이번에 크라이슬러 납품권을 따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선두권 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SB리모티브는 크라이슬러가 2012년부터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 '피아트 500EV'에 들어갈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공급키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전기차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전략 모델이다. LG화학이 GM과 포드에 전기차용 2차전지를 공급키로 한 데 이어 삼성SDI 자회사인 SB리모티브가 크라이슬러의 전기차용 2차전지 공급자로 선정돼 한국 업체들이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용 2차전지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한국 업체들이 산요와 소니 등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IT(정보기술)기기용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시장의 선발주자인 일본업체들이 대부분 자국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SDI와 LG화학은 포드,GM,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용 배터리 납품권을 모두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SB리모티브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단품뿐만 아니라 케이스와 동력전달 장치를 포함한 배터리 팩을 통째로 납품키로 했다. 배터리팩은 냉각시스템,안전장치,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제조기술과 자동차 제조 관련 기술을 결합해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배터리는 울산에 새로 건설한 SB리모티브의 전기차용 전지 전용 생산라인에서 만들고 배터리 팩은 미국 오하이오에 위치한 SB리모티브 자회사 코바시스에서 조립 생산할 예정이다.
SB리모티브는 이 계약을 계기로 배터리 안전성뿐 아니라 자동차 전지 관련 기술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삼성SDI의 배터리 제조기술과 유럽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의 자동차 관련 기술이 결합한 결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요아힘 페처 SB리모티브 부사장은 "높은 배터리 품질력과 우수한 팩 제조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향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공급업체로 지속적 제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피아트를 통해 앞으로 유럽 대중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SB리모티브의 전기차용 전지시장 진입이 3년 정도 늦었지만 BMW, 크라이슬러 등과 잇따라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전기차용 전지시장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IT에 따르면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는 내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해 세계시장 규모가 2012년 49만대, 2015년 150만대,2020년 340만대로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