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분기결산 '금요일 오후'에 몰리는 속사정

2010년 3분기 '어닝시즌'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상장법인들은 앞으로 회계감사 등을 거친 최종 분기보고서를 기한내(11월15일,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 한국거래소 등에 제출해야 한다. 3분기 영업실적을 아직 공정공시(개별공시)하지 않은 상장사들도 오는 15일까지 분기결산 보고서에 3분기 실적을 기재해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들이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진한 영업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분기보고서를 통해 슬그머니 내놔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

실제 이들 상장사는 예상보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전기 및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돌아섰을 때 대부분 개별공시 대신 분기보고서만 제출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이들은 '금요일 장마감 이후 오후 6시 이전'에 이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다. 장이 끝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덜한 시간에 보고서를 내놓음으로써 다음날 주가에 영향을 덜 받으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결정이다.

올 3분기에도 어김없이 실적이 부진한 상장사들이 금요일 오후에 '올빼미 공시'를 하고 있다. 분기보고서 마감기한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8일 현재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수도 40여곳(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을 개별공시하지 않고, 분기보고서만 나오는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지 않거나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경우 개별공시보다 제출 마감시한에 맞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기보고서 발표가 늦어지는 상장사들에 대해선 실적을 우선 꼼꼼히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반면, 최근 분기보고서만 내놓은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금요일 오후에 관련보고서를 내야 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속사정을 털어놨다. 바로 '수많은 주주들' 때문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금요일 장마감 이후가 아닌 평일 장중이나 장후에 부진한 영업실적을 내놓았을 경우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며 "가능한 한 주가에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금요일 오후에 분기보고서로 발표하는 것은 사실 주주들이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