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FTA 실용적 접근으로 이번에 매듭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어제부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타결을 위한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우리에겐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시장 개방을 추가로 요구하는 미국의 공세를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해야 하는 힘겨운 협상이다. 하지만 협상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 · 미 FTA가 기약없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양국이 2007년 4월 서로의 요구를 주고 받으면서 정교하게 이익의 균형을 맞춰 합의한 FTA의 기본 정신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리 정부도 기존 협정문은 한 줄도 고칠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돼 있고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국민과 관련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협상력이 절실한 이유다. 쟁점은 자동차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 완화,한국산 픽업 트럭 관세 인하 연기,제3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부품 관세환급을 한 · EU FTA에 맞게 규제하는 방안과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허용 등이다. 우선 쇠고기 추가 개방은 FTA와 무관한 위생안전 문제여서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요구는 보다 실용적 접근이 요구된다. 미국차가 한국에서 잘 안팔리는 이유는 규제가 아닌 가격과 품질 때문이지만 교역 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시장에 큰 충격이 없다면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 완화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연비 기준 완화는 협정문이 아닌 환경부가 마련중인 '연비 ·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고시'를 고치면 된다.

하지만 관세환급 규제는 협정문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게다가 환급 규제에 따른 국내 자동차업계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 부분에서 우리 측은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들어서는 안된다. 미국도 기존 합의 내용을 뒤집자는 무리한 요구만 밀어붙여 11일 한 · 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문이 발표되지 못하는 사태를 자초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