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0 여객기 불시착…롤스로이스로 '불똥'

콴타스 "결함엔진 납품 가능성"
보잉과 수주 경쟁 밀릴까 우려
엔진부품 한국 협력사도 촉각
프랑스 에어버스의 초대형 신형 여객기 A380의 엔진 폭발사고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엔진 결함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는 탓이다. 에어버스는 라이벌 보잉과 다퉈온 여객기 수주 경쟁에서 점수를 깎아먹은 처지다. 에어버스의 엔진 제작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에도 불똥이 튈 조짐이어서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경우 거액의 법정 공방도 배제할 수 없다.

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콴타스항공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불시착 사고를 낸 A380 엔진 3대에서 비정상적인 기름 유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앨런 조이스 콴타스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엔진 재질이나 설계상의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콴타스항공은 에어버스에서 들여온 A380 여객기가 지난 5일 엔진 폭발로 싱가포르공항에 비상착륙하자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해왔다. 콴타스항공은 사고 직후 단행한 A380 운항 중단을 8일부터 72시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380 공급사인 에어버스는 초긴장 상태다. 사고 원인이 최신형 기종인 A380의 엔진 결함으로 결론나면 진행 중인 구매계약건은 물론 향후 추가 수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지면서 최근 각국 항공업계는 적게는 5~10대,많게는 20~30대 안팎의 항공기 구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에미리트항공이 약 30대의 A380 기종 구매를 검토 중이며,터키항공도 연말께 보잉의 747-8과 A380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계획이다.

최근까지 '연료절감형 차세대 여객기'로 A380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 왔던 에어버스로서는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첨단 복합소재로 동체를 만든 A380은 승객 1명을 100㎞ 수송하는 데 경차와 비슷한 3ℓ 이하의 연료를 사용,항공기 연료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380에 엔진을 공급한 롤스로이스도 좌불안석이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콴타스항공의 8일 발표로 궁지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진 공급 경쟁사인 미국 프랫&휘트니로부터 특허권 침해 소송까지 당한 상황이다. 이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주로 보잉에 엔진을 공급하는 프랫&휘트니는 A380 엔진사고 직후 영국 법원에 "롤스로이스가 A380에 공급한 트렌트 900 엔진이 회전날개 설계특허를 도용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텔레그래프는 "원인이 엔진 쪽으로 확인된다면 롤스로이스 엔진을 채택한 많은 기종들이 프랫&휘트니 엔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항공기 제작업계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트렌트 900 엔진에는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엔진연소기 외장케이스,라이너,배출노즐,링 등 주요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품의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만약의 경우 공급사는 물론 중소 협력사와 부품가공회사 등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박동휘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