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본위제 들고나온 졸릭 세계은행 총재

[0730]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변형된 새로운 금본위제 국제통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졸릭 총재는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G20은 브레턴우즈를 넘어서 봐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주요 경제 대국들이 향후 환율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본위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했던 졸릭 총재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선 환율의 구조적 개혁과 관련한 국제협력을 이뤄야 한다”며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변동환율 시스템을 보완할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 등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통화 시스템이 재편되는 것과 함께 금을 인플레와 디플레 및 향후 통화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를 가늠할 국제적인 준거 기준으로 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경제학 교과서에선 금을 낡은 통화로 볼지 모르지만 시장은 여전히 금을 대체 통화 자산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종종 일각에서 금본위제 복귀 필요성이 논의되긴 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게 정책 입안자들이 “금본위제로 복귀하면 통화 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잘못된 우려 탓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그는 또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후 등장한 현재의‘브레턴우즈Ⅱ’를 대체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필요해졌고 현재의 국제 통화 상황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변화를 야기했던 1945∼1971년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1930년대 각국 통화가치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44년 등장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금과 달러가 고정된 교환 비율을 갖는 고정 환율제였다.베트남 전쟁으로 달러화 대거 발행돼 유럽이 반발하자 1971년 미국이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변동 환율제가 도입되면서 브레턴우즈 Ⅱ 시대가 시작됐다.

졸릭 총재는 또 “새로운 통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자본 등과 관련한 국제통화기금(IMF) 규정도 손볼 필요가 있다”며 “각국이 환율정책을 무역정책에 활용하는 것을 제약하기 위해 IMF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책과 기능을 패키지로 묶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졸릭 총재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G20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기축통화 시스템 개혁을 내년도 파리 G20정상회의에서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