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다문 '박근혜 입'에 쏠리는 눈

압수수색ㆍ감세 등 현안에 침묵
"MB에 부담주지 않기 위해" 분석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들면서 다시 한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입장 정리에 따라 향후 정국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번 청목회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문제뿐 아니라,한나라당 내 감세철회 논쟁,개헌 논란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굵직한 현안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검찰 수사와 관련,"박 전 대표는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모든 국정 사안마다 입장을 밝힐 수도 없고,또 그렇게 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 이후 딱 네 번,즉 △18대 국회 공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미디어법 처리 △세종시 이전방안에 대해 현 정부의 기조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관한 사항이나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정책을 돕는다는 게 박 전 대표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사사건건 입장을 내면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도 어렵게 되고,박 전 대표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감세철회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경제 공약으로 작은 정부를 기조로 한 '줄(세금은 줄이고) · 푸(규제는 풀고) · 세(법질서는 세운다)'공약을 냈었다. 이런 방향이라면 감세철회 반대가 맞다. 그러나 국정감사 과정에서 미묘한 입장 변화가 포착됐다. 시장주의를 근간으로 한 '작은 정부론'에서 복지 강화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보완적 작은 정부론'또는 '수정적 큰 정부론'쪽으로 옮겨간 듯한 발언들이 많았다. 친박 성향의 이한구 의원은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이다 보니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꼭 그렇다고 세금 인하를 철회해 그 재원으로 복지를 늘리자는 의견은 아니다"고 전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기는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7월17일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은 지난해(2007년) 대선 당시 여야 간에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하기로 공감대를 이룬 만큼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며 "나는 일관되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해 왔고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