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수사로 말해야"…檢ㆍ野 정면 충돌

"소환 불응" VS "강제 구인"
野 '대포폰 의혹' 國調 요구
한나라 "신속 수사를"

검찰과 야권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등 야5당은 8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사용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검찰의 소환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이나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적 압수수색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재벌 떡값이나 성접대 향응,이런 데 휩싸인 검찰은 자기 눈의 대들보를 먼저 빼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청와대 대포폰 문제를 스스로 재수사하고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정권 시녀화,재벌 하청화를 이 기회에 바로잡겠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검찰이 오늘부터 청목회 압수수색 결과를 가지고 후원회 사무국장,보좌관들을 소환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수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주례간부회의에서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라.국민들은 검찰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수사는 원칙대로 한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다. 검찰은 '정계의 과민반응'이라는 입장이다. 김 총장은 또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국회의원 사무실이 성역인가'라는 불만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청목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북부지검 관계자도 "(소환 불응에는) 일반적인 수사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강제구인을 시사했다. 검찰은 혐의가 포착된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강제구인하는 '강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유감을 표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예산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압수수색과 같은 검찰의 수사 방법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비난을 받지 않도록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치자금법은 제도적으로 아주 투명하게 만들어놓은 것인데 왜 G20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초유의 이런 벌집 쑤시는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검찰은 수사 중인 관련 사건들을 가급적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지혜/이고운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