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중국株 '증자 리스크'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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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원양자원, 돌연 유상증자…배경·내역 안 밝혀 불확실성 증폭국내 상장 중국주 가운데 대장주로 각광받았던 중국원양자원이 갑작스럽게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주들이 함께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 기업으론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서 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과 소통 없이 전격 발표한 점이 중국주에 대한 '증자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차이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상장 中기업 줄줄이 급락
또 다른 '디스카운트'로 부각
◆새로운 디스카운트 요인중국원양자원은 8일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해 1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장 마감 후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이 직격탄이 됐다. 중국원양자원은 5일 중국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중국원양자원은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17층짜리 본사 사옥 건설 및 인도네시아 어업가공기지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 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모로 발행한 이후 두 번째 자금 조달이다.
국내에선 잡히지 않는 우럭바리 어획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원양자원은 6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집중돼 왔다. 지난 8월 말부터 주가가 급등,이달 초엔 시가총액이 장중 1조원을 돌파하며 중국주의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원양자원의 기습 증자 발표는 다른 중국주들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성융광전이 덩달아 하한가로 추락했고 연합과기는 13.49% 급락했다. 중국식품포장 중국엔진집단 차이나그레이트 차이나킹 차이나하오란 화풍집단 등도 나란히 4~5%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올 들어 회계 투명성 문제,중국 거시변수 리스크에 이어 증자 불확실성이 새로운 차이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자 절차 달라 불확실성 키워시장에선 증자 결정 자체보다는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증자 결정까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회사 측의 자금 조달 이유와 투자 필요성 등에 대해 사전에 시장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중국원양자원에 대해 '적극 매수' 의견을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지기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자를 왜 하는지 그 이유가 잘 납득이 안 된다"며 "회사가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도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어서 신규 투자 필요성이 높았지만 시장과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회사 경영층에 재차 강조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상장 지주회사의 설립지역 법률에 따라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증자 규모나 시기,신주가격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주회사 설립지역인 홍콩에선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중국원양자원의 증자 규모를 500억~1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규모는 내달 16일 임시 주총에서 정해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국원양자원은 증자 결정 절차가 달라 증자 규모 등을 공시하지 않았다"며 "해당 지역 법을 따르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국내 재무관리 기준을 따라야 하는 만큼 실제 증자 방식은 국내 상장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 차이나 디스카운트
China discount.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가치를 국내 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기업은 성장성이 높고 실적은 좋지만 회계 투명성과 같은 내부 통제가 약하고 기업 정보가 부족해 기업 가치를 할인해서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면서 생겨났다. 올해 초 중국 기업 연합과기가 회계감사 의견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 기업들이 홍역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