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OCI 아성 '흔들'…앞으로 주가 향방은?

'국가대표'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OCI는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제조사로 미국 헴록, 독일 바커사와 함께 '3사 독과점(점유율 80%)' 지위를 누리고 있다.

OCI는 현재 연간 2만7000t 가량의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에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이 뛰어들었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때문에 시장에선 삼성그룹의 이번 결정이 글로벌 시장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OCI 주가↓…경쟁관계로 수익성 악화 '우려'

증시에서도 삼성그룹과 OCI간 '경쟁관계'를 의식한 듯 관련주들의 주가 행보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삼성그룹의 폴리실리콘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정밀화학은 장중 한때 14% 이상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OCI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MEMC사와 함께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다. 태양전지 사업은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였고, 이 사업이 본격 가시화된 것이다. 최초 생산규모는 1만t 안팎이지만 앞으로 3만t 규모까지 늘려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OCI의 수익성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OCI도 설비투자 규모를 늘려 연간 생산규모를 2만7000t에서 세계 1위 수준인 3만5000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삼성그룹의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이 가속화될 경우 생산규모와 품질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CI 급락은 '센티멘탈' 영향이 대부분"OCI의 경우 '투자 센티멘탈' 측면에서 주가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폴리실리콘사업 진출이 실제 OCI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에 물음표를 찍기도 했다.

차홍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합친 전세계 에너지시장은 향후 9000조원을 웃도는 거대 시장이 될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태양광사업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에너지사업의 패러다임을 감안할 때 삼성의 이번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시기는 적절하다"면서도 "그러나 삼성그룹이 기존 대표업체인 OCI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삼성그룹과 OCI를 경쟁관계로 규정짓기 보다 오히려 상생관계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이는 그만큼 글로벌 태양광 시장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시장 규모는 약 5000조원에 달하는데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를 1000조원으로만 잡아도 국내 에너지 관련상장사들의 시가총액(약 1000억원)과 비교해도 10배에 이른다는 것. 차 연구원은 "어차피 이 시장을 OCI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美 업체와 공동진출이 힌트"…자체물량 조달만 할수도

OCI 주가가 센티멘탈 충격을 견디고 나면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단독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 제조사를 통해 진출한 방식을 미뤄 볼 때 단순히 태양전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체 물량을 소화하려는 게 주요 계획일수도 있다"며 사업진출 방식에 더 주목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폴리실리콘사업이 미국의 MEMC사를 통한 진출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내 자체 소화 물량을 조달하는 수준에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삼성의 이번 결정이 OCI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려는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태양광 셀(Cell) 생산을 위한 원재료(폴리실리콘)를 조달하기 위해 미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은 관련 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커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OCI에 대한 투자 센티멘트가 약화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 역시 삼성그룹과 OCI간 관계를 경쟁관계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