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1] 오바마 "달러 방출은 FRB 임무"…페일린 "인플레 갖고 장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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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적완화 美 집안싸움 가열해외 출장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차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국가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조치를 연일 비난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양적완화가 정치쟁점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FRB 수뇌부에서조차 효용성을 놓고 논란을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례적 옹호…FRB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
◆오바마,"FRB 임무는 내 임무"아시아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맘모한 싱 인도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 행정부는 중앙은행의 특정한 조치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FRB의 임무이자 곧 내 임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FRB의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에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이례적인 행보라고 이날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FRB의 독립성을 감안해 백악관은 오랜 전통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양측 간 암묵적 공조나 갈등으로 비치는 모양새는 애써 피해왔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독일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유지하는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재차 촉구했다.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참모는 "러시아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FRB가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국가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일린,"국채 매입 중단해야"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국채 매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양적완화를 정면 비난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된다"며 "소득과 저축의 가치를 갉아먹는 영구적인 고(高) 인플레이션을 대가로 임시적이고 인위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실질적인 경제 개혁으로 달러화의 안정을 원한다"며 "이게 바로 미국 경제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에는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이 "양적완화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FRB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 자리에 오른 공화당의 이런 공세에 민주당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FRB 내에서도 2차 양적완화의 타당성과 효과를 놓고 다시 논란이 벌어졌다. 케빈 워시 FRB 이사는 "양적완화로 인플레가 우려되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잘못된 처방약"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6개월 이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