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1] 美ㆍ中, 6월 캐나다서 '옆자리'…서울에선 환율전쟁 감안 '멀찌감치'

● 한국 등 5자리 빼곤 '신경전' … '또다른 전쟁' 회의장 자리배치

회원국·초청국·국제기구 順 불구…맘에 안들면 입장 않겠다" 엄포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눈앞에 두고 의제뿐만 아니라 자리 배치 문제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코엑스 정상회의장의 자리 배치를 의전 서열 기준대로 한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각국의 요구 사항이 만만찮다. 의장석 가까운 곳을 원하는가 하면 특정 국가 옆은 피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G20 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9일 "각 나라 입장에서 보면 외교 의전은 국력을 나타내는 상징이어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의전 서열에 따른 방안을 가지고 각국을 설득하고 있으나 위상이 걸린 문제여서 정상들이 실제 자리에 앉기 직전까지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엔 G20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 등 33명이 참석한다. 원형 테이블인 정상회의장에선 의장을 맡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차기 개최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첫 번째,세 번째 개최국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란히 앉는다. 왼쪽으론 두 번째 개최국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네 번째 개최국인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가 자리한다.

여기까지는 각국 간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밖의 자리는 의전 서열에 따라 회원국 정상,초청국 정상 순으로 배치하는데 각기 취임 순을 적용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 다음은 국제기구 수장이며 유엔 사무총장을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는 설립 연도 순에 따른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을 업무만찬엔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국 일정으로 불참하고 테이블도 직사각형이어서 정상회의와 자리 배치가 달라진다. 이 대통령 오른쪽에 캐머런 총리와 하퍼 총리가 앉는다. 왼쪽엔 오바마 대통령,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나란히 한다.

그렇지만 일부 국가들이 의전 서열에 불만을 갖고 자기들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을 정도여서 정부의 고민이 크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진행의 편의와 전례,의장국의 재량권 등을 고려해 실무진이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의장석에 가까이 배치해달라는 게 한결같은 요구 사항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정상들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이들 옆에 앉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은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었던 국가들이 나란히 앉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4차 G20 정상회의에선 오바마 대통령 옆에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앉았지만 이번엔 이 대통령 좌우로 따로 좌석을 배치했다. 환율 충돌로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