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퍼트도 불안" 프로들도 벌벌 떠는 '입스'

전문가 "심리치료·스윙 점검해야"
최근 '대신증권 · 토마토M 여자마스터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김현지(22 · LIG)는 지난 7월 프랑스 '에비앙 마스터즈' 이후 드라이버 입스(yips)에 시달렸다. 해외 대회 첫 출전인 데다 낯선 코스에 맞춰 치다 보니 드로성 구질이 슬라이스성으로 바뀌는 등 드라이버샷이 망가진 것.게다가 한 타 차 커트 탈락의 충격까지 더해졌다. OB를 하루에 두 번씩 낼 정도로 속앓이를 하던 그는 양용은의 코치 브라이언 모그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옛날 구질로 돌아갔다.

골프선수들이 한번쯤 겪는 게 입스다. 드라이버샷 · 아이언샷 · 퍼트 등을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는 증세를 일컫는다. 호흡이 빨라지거나 손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OB를 내거나 2m 내의 짧은 퍼트에 실패하면 입스가 찾아온다. 드라이버샷이나 퍼트 때 어드레스가 길어지고 백스윙도 잘 올라가지 않는다. 김도훈(21)은 올해 초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우승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하반기 들어 드라이버 입스 때문에 대회마다 80타대 스코어를 적어내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한양 수자인-파인비치오픈에서 우승한 김대섭(29 · 삼화저축은행)도 2006년 5월 메리츠솔모로오픈 마지막날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가 드라이버샷 난조와 스코어 오기에 따른 실격으로 드라이버 입스에 걸려 2년이나 고생했다. 그는 거리를 많이 내기 위해 하체를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다 보니 스윙 리듬과 템포를 잃었다는 점을 발견하고 입스에서 해방됐다.

입스는 아마추어에게도 찾아온다. 이상현 캘러웨이골프 사장은 지난 6월 파5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어뜨린 후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으로 보내고 난 뒤부터 어프로치샷 때 뒤땅치기를 하고 다음 샷은 그린을 훌쩍 넘기는 등 기준 타수보다 5타나 더 많은 '더블파'(퀸튜플 보기)를 기록한 뒤 어프로치 입스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한승철 투어스테이지 차장은 "자신감을 되찾는 심리 치료와 함께 스윙을 점검받는 게 좋다"며 "실수에 집착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봉암 대구대 교수도 "입스는 마음의 문제"라며 "주눅들어 끌려가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면서 자신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