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릴레이칼럼] '한반도 리스크' 줄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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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해결 위한 중재자 역할 중요…다자외교 경험 쌓는 계기로 삼길경술국치 100년인 올해 대한민국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G20회의 개최는 우리 민족이 더이상 구한말처럼 주변 열강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국제 정치무대의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회의를 성공리에 마무리지어 우리가 주연급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아젠다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시에도 1920년대 대공항 때처럼 국제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세계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환율문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 해소,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의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장국으로서 국가들 간 갈등을 중재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과거 100년사에서 주로 보아온 '당하는 외교'가 아니라 '주도하고 중재하는 외교'의 진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문화나 가치 확산, 국제 교류 등 비물리적인 힘을 통해 행사하는 영향력을 뜻하는 '소프트 파워'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회의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 도발에 의한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한반도 리스크'는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G20 정상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북한의 도발 억제와 국제사회 참여를 통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수년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즉시 개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G20 정상들 사이에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돼 있다. 북핵 문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 사안이라는 점을 이번 회의에서 분명히 밝히고 핵정상회의 이전까지 북핵의 완전 폐기를 위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올 경우에 대비해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 약속 의지도 이번 회의에서 천명돼야 할 것이다. 중국의 성공적 개방정책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북한의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G20 정상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해 대북한 지원 프로그램인 '북한판 마셜플랜'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은 유럽과 달리 다자적 안보 및 경제협의체 형성과 발전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안보 분야의 경우 한 · 미동맹,미 · 일동맹 등 양자 안보동맹이 주를 이루고 있다. 6자회담의 경우도 항구적 성격을 갖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달리 임시방편적 다자협의체일 뿐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삼아 한국 외교는 다자외교의 경험을 쌓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다자협의체에 참여해 국익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력 향상 수준에 맞게 다자외교를 위한 외교통상부 조직의 증원과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시 우리 민족이 구한말처럼 국제정치의 엑스트라로 전락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무리해 대한민국이 21세기 주연급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영호 < 성신여대 국제정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