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제2 유럽위기' 진앙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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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긴축안 놓고 여야 갈등아일랜드가 재정 감축 실행 방안을 놓고 내홍을 겪자 급기야 유럽연합(EU)이 나섰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일랜드를 비롯해 '유럽 변방국' 국채를 줄이기 시작했다.
PIGS서 발 빼는 투자자 늘어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아일랜드의 여야 마찰 중재를 위해 더블린을 방문한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아일랜드 정부가 (EU 측에) 재정 지원을 요구한 적은 없으나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실행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일랜드 정부가 감축안을 확정하고 의회가 이를 통과시켜야 효과가 난다"며 "그때가 되면 시장이 아일랜드의 위기 극복 능력을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재정 감축 등 공공개혁을 촉구했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에 조기 선거만이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아일랜드 정국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아일랜드는 재정적자가 360억유로(약 55조원)로 불어난 상태로 이를 향후 4년간 150억유로로 감축하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였으며 올해는 32%에 달할 전망이다. 아일랜드도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부채 위기가 재조명되고 재정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변방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FT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PIGS' 국가의 국채 소유주가 기존 외국인 투자자에서 유럽 변방국의 지역 금융기관으로 물갈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2분기 평균 85%에서 지난 2분기엔 65%로 떨어졌다. 그리스는 같은 기간 70%에서 55%로 줄었으며 스페인 역시 43%에서 38%로 감소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산하의 피치솔루션은 9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전주보다 각각 24%,2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859%로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은 "시장은 부도 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