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 "금본위제 회귀는 끔직한 생각"

[한경속보]"통화정책 효율 떨어트려 경기 변동성 더 키울 것"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9일 “금본위제 회귀가 오히려 경기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국제 환율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전날 파이낸셜타임스에 “금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환율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루비니 교수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본위제는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을 펴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고실업률에 대응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금본위제가 아니더라도 고정환율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자칫 통화정책이 경기대응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경기 순응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루비니 교수는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성장이 빠른 국가와 디플레이션과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저성장국이 있다고 가정하면 고정환율제에서는 통화당국이 경기 과열을 식히거나 경기를 부양하는 등의 통화정책을 적절히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금본위제 주창자들은 중앙은행의 통화량 공급 조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이런 우려를 반영,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변형된 형태의 금본위제 도입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루비니 교수는 “금본위제는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먼저 금본위제 같은 고정환율제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게다가 통화가치를 뒷받침할 만한 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 뱅크런(은행 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는 대부분 중앙은행의 금 보유 규모는 필요한 양의 2%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금본위제를 시행할 때 변동성이 큰 경기 부침으로 세계 경제가 위협받았던 반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에는 통화당국이 경기 사이클에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변동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예를 들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도 통화당국이 돈을 풀어 위기를 막았다는 것이다.루비니 교수의 주장에 대해 금본위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호주 경제학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