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글로벌CEO 120명 '김치~'…"G20 정상이 B20 기업인 모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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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서밋 열기 후끈
정의선 부회장·이재용 부사장 등 3세 경영인들 맹활약, 김동관씨도 부친 김승연 회장 수행
한복 입은 호텔 직원보고 獨 보쉬 회장 "너무 아름답다 매일 평상복으로 입었으면"
라운드테이블 '시간과의 전쟁', 한사람당 2분 넘기면 '빨간 깃발'…상당수 CEO 시간 넘기며 발언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11일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식의 열기는 새벽부터 달아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국내외 기업 총수들과 이들을 수행하는 비서진,취재기자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개막총회는 오전 8시20분부터 시작됐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은 한 시간 전인 7시께부터 행사장에 속속 모습을 보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 기업인 중 가장 먼저 도착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취재진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다. 잘 될 것이다"며 비즈니스 서밋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라며 "세계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려면 궁극적으로 기업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하며 전 세계 민간 기업들이 기업가정신 제고를 통해 각국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즈니스 서밋의 개최 의의와 향후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몇몇 기업인들이 이번 '한국형' 비즈니스 서밋이 상설화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한 역할을 보면 여러분이 G20 정상회의를 필요로하는 것 이상으로 G20 정상회의가 여러분을 모시길 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120명의 CEO들은 행사장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워커힐 극장에서 오찬을 마친 뒤 연단 앞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12개 워킹그룹별로 줄지어 연단에 올라간 CEO들은 동창회에 참석한 사람들처럼 한결같이 즐겁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이었다.
사공일 위원장이 오찬을 함께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배웅하고 나서 한발 늦게 허겁지겁 뛰어서 사진촬영 대형에 합류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120명이나 되는 세계적 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촬영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것이 행사장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퇴장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모델들이 아니겠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비즈니스 서밋에서 주요 기업 3세 경영인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날 예고없이 개막식장에 나와 주요 해외 기업 CEO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한 · 러 정상만찬에 부친을 대신해 참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비서실 차장은 지난 10일부터 줄곧 김 회장을 수행했다.
◆…소주제별 라운드 테이블 진행자들은 '시간과의 전쟁'을 치렀다. 주최 측은 한 사람당 2분씩의 발언 시간을 주고 깃발을 통해 남은 시간을 알렸다. 발언 시작 1분30초가 지나면 노란색 깃발이 오르고 2분이 되면 빨간색 깃발이 올라오는 식이다. 한 참석자는 "상당수 CEO들이 빨간색 깃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라운드 테이블의 최대 화젯거리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120명 참석자 전원에게 선물한 태블릿 PC '갤럭시 탭'이었다. 특히 전원을 켜면 받는 사람의 캐리커처가 바탕화면에 나타나도록 설정돼 있어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세계 각국 기업인들에게 그린 FTA(녹색자유무역협정)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G20 비즈니스 서밋 금융분과 '인프라 · 자원개발 투자' 소위원회에 참석,G20 참여국 간에 신재생에너지 제품 및 관련 장비의 관세와 규제를 철폐하고 외국기업 차별금지 협정을 맺어 거대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자고 말했다.
◆…호텔 로비에는 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대거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독일 보쉬의 프란츠 베렌바흐 회장은 호텔 직원에게 "이것이 한국의 전통 의상이냐"고 물은 후 연신 "아름답다"를 되풀이했다. 베렌바흐 회장은 이어 "이렇게 아름다운 옷을 매일 평상복으로 입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국내외 언론사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500여명의 기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기자실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거렸다. 주최 측은 자리를 못 잡은 외신기자들이 많이 눈에 띄자 "빈 자리에 가방이나 옷을 놓아둔 기자들은 새로 온 외신기자들을 위해 의자를 비워 달라"는 방송을 반복했다.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행사가 진행됐으나 일부 '옥에 티'도 있었다. 주최 측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 전 개막총회장을 찾은 CEO들을 위해 동영상을 틀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한동안 영상이 나가지 않았다.
김현예/송형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