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오바마 "위안화 절상 속도내라" vs 후진타오 "우리 식으로 천천히"

● 美, 中·獨과 연쇄 정상회담

美, 무역 불균형 해소 압박에 中 "상대국 핵심이익 존중해야"
메르켈 "美 양적완화 유감", 오바마 "獨 내수확대 정책 펼쳐야"
환율·경상수지 관리제 이견 여전…구체적 합의안 도출 어려울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서울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글로벌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1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균형문제와 관련한 합의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후 주석은 상대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논의가 순탄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평행선 달린 미 · 중 정상회담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례적으로 긴 8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환율문제 논의에 할애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촉발시키고 세계 경제 회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후 주석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문제를 먼저 제기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 결정에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차관이 전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위안화 환율이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위안화 환율시스템의 개혁은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후 주석은 오히려 "세계경제에 우려를 불러 일으킨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감안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환율 개혁은 매우 건전한 외부 환경을 요구하고 오직 점진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며 "중국은 경제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지만 (문제점을)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고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기존의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후 주석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국과 같이 북한과 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북한을 압박해 남한에 대한 도발적 행위를 자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더욱 진정성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중국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란에 대한 제재 문제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중국의 인권 문제도 제기했으며 정치범 석방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미 양적완화 유감" 표명

미국과 독일의 정상회담은 다소 날이 선 분위기였다고 독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근 미국이 6000억달러를 풀어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 완화정책을 발표한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관리제에 대해서도 "경상수지에 목표 수치를 정해 제한하는 것은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양적으로 경상수지를 관리하자는 주장은 이번 G20 정상회의 의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은 내수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 양국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미 · 독 정상회담의 주요 이슈는 미국의 통화정책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글로벌 경제 불균형 문제가 경상수지 외에도 '많은 지표들(many indicators)'에 기반해 논의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또 각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난도 자제키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경제문제 외에 정치와 군사부문에서도 서로 협력키로 했다고 한델스블라트 등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후 "아프가니스탄이나 나토 정상회담, G20 등 세계의 중요한 문제들은 특정 국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미국과 독일 간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완/김정은/이유정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