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백악관 6번 찾아간 사공일ㆍ브라질까지 가서 의제 조율한 윤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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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개최 주역들과 향후 과제
사공일 준비위원장, 코리아 이니셔티브 제안…고비마다 돌파구 마련 '총감독'
윤증현 장관, 3차례 재무장관회의 주재…국제공조 끌어낸 '야전사령관'
이창용 기획조정단장, 셰르파 맡아 각국 입장 조율…금융안전망 구축 등 제시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 각국 재무관료들과 백병전…정상회의 선언문 초안 작업
신현송 국제경제보좌관…美 교수직 잠시 접고 대통령 옆에서 G20 보좌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담은 서울선언은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 결정된 지난해 9월 이후 1년여간 수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경제 전쟁터를 누비며 피와 땀을 흘린 결과물이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총감독 역할을 했다. 사공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2008년 11월부터 이 회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서울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위원장을 맡은 뒤로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을 수시로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이슈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것도 사공 위원장이다. 사공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안전망 논의가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래리 서머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여섯 차례나 찾아가 설득했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등 학계 인사들과도 수차례 만났다. 또 미국에 갈 때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만나 IMF 지배구조 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전사령관이었다. 재무차관회의-재무장관회의-정상회의로 이어지는 G20 회의에서 정상회의는 추인 절차에 가깝다. 대략적인 틀은 재무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 윤 장관은 워싱턴(4월) 부산(6월) 경주(10월)로 이어진 세 차례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세 재정건전성 환율 등 주요 이슈에 대한 국제공조 방안을 이끌어냈다. 지난 9월에는 IMF 개혁 등 서울 정상회의 의제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5개국을 방문했다.
윤 장관은 때때로 "굉장히 보람을 느끼지만 대단히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다"며 의장국 재무장관으로서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40년 재무관료의 경험으로 리더십과 중재력을 발휘했다. 재무장관회의 때마다 의장으로서 영어로 사회를 진행하며 민감한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창용 G20준비위 기획조정단장은 히말라야 산악지방의 안내자를 뜻하는 셰르파(교섭대표)를 맡아 정상과 장관급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각국 입장을 미리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이 단장은 이론에도 뛰어나 환율 갈등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경상수지 관리제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에 관한 논거를 제시했다. 하버드대 유학시절 지도교수였던 서머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는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G20 재무차관회의 의장으로 각국 재무관료들과 백병전을 치렀다. 서울선언을 만들어내기 위해 G20 재무차관들과 3박4일간 마라톤회의를 주도했다. 이 회의에서 각국 차관들은 조금이라도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코뮈니케에 반영하기 위해 다퉜다. 그럴 때마다 신 차관보는 "우리는 싸우려고 만난 게 아니다"며 각국 관계자들을 설득,성공적인 합의의 기초를 닦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탁월한 협상 중재력을 발휘했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서울선언의 숨은 주역이다. 미 프린스턴대 교수로 국제금융 분야 석학인 그는 작년 말 청와대에 들어와 G20 정상회의와 관련,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정상회의 핵심 의제인 글로벌 불균형 해소,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금융규제 개혁 등에 관해 이론적인 배경을 심도 있게 파악한 신 보좌관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는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밖에 G20 준비위에서 의제 실무를 맡은 최희남 의제총괄국장,김용범 금융시스템개혁국장,권해룡 무역국제협력국장도 서울선언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