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쏟아져도 받을 기관이 없다

허점 많은 차익거래
11 · 11 옵션쇼크는 앞으로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외국인 매도 물량 '한방'에 시장이 무너지는데도 그 충격을 완화할 '안전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물 · 옵션만기일에는 차익거래 잔액이 대량으로 청산되면서 현물 주가를 급격히 변동시키기 쉽다. 시장참가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국거래소는 1998년 '선샤인제도'를 도입했다. 투자자가 만기일 마감동시호가(오후 2시50분~3시)에 선물 ·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를 실시할 경우 오후 2시45분까지 사전 신고하도록 한 것.증권사들은 11일 사전 신고가 무의미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A증권 관계자는 "2조원이 넘는 도이치증권의 매도 사전 공시가 동시호가 2~3분 전에야 나왔다"며 "사전 공시를 일부러 늦게 할 경우 다른 투자자는 속절없이 당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거래소 측은 "도이치증권의 매도 물량이 198개 종목에 달해 입력에 시간이 걸렸을 뿐 공시 규정을 어긴 것은 없다"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공시를 동시호가 직전에 보내와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취약한 구조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차익거래 시장에서 국내 플레이어들이 대거 빠져나가 돌발적인 '매물폭탄'을 받아줄 한 축이 사라졌다는 것.정부가 올해부터 공모펀드와 연기금의 주식 거래에 0.3%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서다. 외국인은 환차익 등을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세금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거래세를 안 내는 우정사업기금이 외국인에 대적할 유일한 국내 플레이어"라며 "그나마 이 기금이 11일 매물을 많이 받아줬지만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