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구직 포기 '숨은 실업자' 증가…실업률 하락 '착시'

10월달 21만명…1년 새 36% ↑
청년층 5만4000명 취직 단념
구직 활동을 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중단한 구직단념자가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월별로 15만~18만명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20만~25만명으로 작년보다 5만명 이상 늘었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2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5000명(35.7%)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최근 4주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자로서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뜻한다. 노력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실망실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년층(15~29세) 구직단념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주 발표한 '청년 노동시장 실태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2003년 3분기 3만2000명에서 올 3분기 5만4000명으로 2만2000명(68.9%) 증가했다.

구직단념자 증가세는 취업난이 실업률 통계에 나타난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따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에 따르면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로 계산된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업자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해 구직단념자가 되면 실업률 계산식의 분모와 분자가 동시에 감소,실업률은 하락한다. 이 때문에 구직단념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 1월 5.0%에 달했지만 점차 하락해 10월 3.3%로 낮아졌다.

박명수 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직단념자는 사실상 실업자에 가깝다"며 "숨어 있는 실업자를 고용시장으로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계청은 구직단념자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정부 일자리 사업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사람들이 이후 구직활동을 중단하면서 구직단념자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은순현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희망근로가 올해 6월 끝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직단념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