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업수사는 계속 하는 겁니까?"

한 · 러 수교 20주년이자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을 계기로 지난주 열린 '제3차 한 · 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행사장.두 나라 기업들이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였다. 한국과 러시아 측 기업인들이 하나둘 입장하자 비표(press)를 찬 내외신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기자 옆에 앉아 있던 한 외신 기자가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말을 걸었다. "러시아 현지 자원개발과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도 더 이어지겠죠.그런데 한국에선 몇몇 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 끝난 겁니까. "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그 기업인은 잠시 머뭇대다 짧게 얼버무렸다. "조만간(in the near future)…."

같은 날 G20 비즈니스 서밋의 첫 공식 일정인 환영 리셉션 행사장.글로벌 기업인들과 국내 대기업 총수,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대기업 총수가 도착하자 국내 · 외 취재진이 몰렸다. 곧바로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답한 뒤 서둘러 취재진을 벗어났다. G20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비즈니스 서밋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행사를 통해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주요 언론은 금융위기를 돌파해 낸 주역인 한국 기업인들을 주목했다.

하지만 우리의 눈높이는 정작 변화가 없는 듯하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올해 내내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왔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도 이어진다. 국가적 행사인 G20이 끝났으니 서너 개 대기업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물론 기업과 기업인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아니면 말고식','손보기식' 수사가 확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앞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이 검찰을 향해 안테나를 세운 채 우왕좌왕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유독 우리 사회에서만 기업인들을 '죄인'처럼 바라보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장창민 <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