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원전 수주 日에 뺏기나"…중대 고비

전력판매 가격 양측 '이견'…'정부간 협약' 일단 무산
"한국 여전히 유력한 후보" 속, 터키 "日과도 협의"…한국 압박
한국의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 프로젝트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정부는 당초 G20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한 · 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 원전 수주를 확정짓는 '정부 간 협약(IGA)' 체결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양국은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터키 에너지부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일본과도 원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혀 한국으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판매 가격이 최대 쟁점이번 정부 간 협약이 불발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전력판매 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터키 흑해 연안 시놉지역에 총 4기의 원전을 짓는 이번 사업은 한국과 터키가 200억달러가량으로 추정되는 총사업비의 30%를 직접투자하고,나머지 70%는 은행 차입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한국이 일단 원전을 지어주고 여기서 나온 전기를 팔아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문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성공하려면 적절한 전력판매 이윤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터키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판매 가격 보장을 요구했지만 터키는 자국 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가급적 전력판매 가격을 낮추려고 하면서 막판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 간 협약은 국회 동의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어설프게 합의했다가는 '헐값 계약'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 됐다. 또 터키 원전은 향후 한국의 신흥국 원전 수출에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수주 조건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첫 원전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오일머니가 충분해 공사비 걱정이 없었다"며 "반면 터키나 다른 신흥국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크호스' 일본

일본도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타네르 이들드즈 터키 에너지 ·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부터 일본 도시바와도 (원전에 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도시바와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터키 정부에 "파이낸싱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별도의 원전 협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터키 방문을 통해 일본 견제에 나서면서 일본의 위협이 사라진듯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아니었다. 물론 아직까지 터키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은 이미 지난 3월부터 터키와 원전 협의를 진행해온 데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협력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근 민관(民官)일치 전략으로 베트남 원전을 수주하는 등 신흥국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이 경쟁자로 등장한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터키와의 협상을 재개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면서도 "협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