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新성장동력] 영진전문대, 200여개 기업과 협약…맞춤형 인재양성 메카로


"입학할 때부터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재학 중 산학협력 프로젝트인 선박용 진공펌프 개발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이 입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

두산중공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석종현씨(26).실업계 고교를 나와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그는 5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영진전문대(컴퓨터응용기계계열)를 졸업한 뒤 대기업 입사의 꿈을 이뤘다. 산업체 요구에 맞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업 맞춤형 주문식 교육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 대학은 조선 · 중공업 분야는 물론 디스플레이,전자재료,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에서 210여개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일모직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과 협약을 통해 졸업생을 취업시키고 있다. 영진전문대는 지난 9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협약을 맺고 재학생 25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제일모직에도 인력을 공급키로 했다.

특히 하이닉스와는 2004년 인력 양성 협약을 체결,지금까지 총 132명의 졸업생을 취업시켰다. 하이닉스 협약반은 반도체회로설계 및 공정진행에 필요한 컴퓨터시뮬레이션,재료공학 등 이론과 반도체캐드(CAD),회로설계,반도체공정 등 실습 교육을 1학년 2학기부터 실시한다. 2학년 2학기는 하이닉스에 학생을 파견,인턴십을 통해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게 한다.

인력양성 협약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귀뚜라미그룹 30명,삼성전자 금형분야 30명,LG디스플레이 50명을 비롯해 총 185명의 인력 주문을 이끌어내는 등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졸업예정자 가운데 삼성전자 82명과 제일모직 44명 등 172명이 삼성그룹 계열사 취업했다. LG디스플레이(203명)와 LG이노텍(26명) 등 LG그룹에는 258명이 입사했다. 두산그룹에 19명,하이닉스반도체에 25명을 각각 취업시켰다. 대기업 취업자만 총 654명에 달한다. 이 대학 이윤희 부총장(전자정보통신계열 교수 · 61)은 "작년보다 대기업 취업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그동안 추구해 온 기업 맞춤형 교육의 우수성을 기업들이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필요한 인재상을 미리 파악,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STX,포스코,LG,하이닉스,현대 등 총 49개 현지법인과 인력양성 협약을 맺고 필요한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 대학 출신 중국인 유학생의 70%가 이들 기업을 비롯한 우수 중소기업 등에 취업하는 성과도 올렸다.

지난 2월 STX조선 다롄법인을 방문한 장영철 총장 등 대학 관계자들은 설계 분야 외에 생산관리직의 인재도 육성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에는 영진전문대가 배출한 중국인 유학생 30여명이 선박설계 등의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근무태도와 능력이 뛰어난 데다 한국인 관리자와 중국 근로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까지 하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장 총장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해 교육시키는 과정을 통해 중국에 우리 대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친한파를 많이 배출해 한 · 중 관계에 도움을 주는 것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주문식 교육은 학생들의 높은 교육 만족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가 공동으로 매년 실시하는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전문대학 부문 1위를 8년 연속 차지했다. 이런 성적은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LG 등과 같은 수준이다. 국내외의 많은 대학이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대학 교육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도 직업 교육 관련 공무원과 대학 관계자들이 우수 직업 교육 현장을 보기 위해 영진전문대를 찾고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