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년 프랑스 G20회의 의제 설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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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G20 회의 준비위원장"제가 한 분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한국 영향력 확대
전년 의장국 자격으로 행사 진행에 주도적 역할
막후절충 가장 힘들어
참석 국가 상황·입장 제각각, 매일 새벽까지 실무급 회의
서울G20 최대 성과는
'세계는 한 배 탔다' 인식 공유, 글로벌 경제 이정표 제시
대한민국 국격 높아져
車 2부제에 국민 자발적 참여, 자원 봉사자에 진심으로 감사
지난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D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행사준비단 해단식.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메모를 꼼꼼히 살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부터 자원봉사자까지 일일이 이름을 언급하며 고맙다는 말을 하던 중 혹시 빠뜨린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공 위원장은 "집안 잔치를 해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20개국 정상이 모이는 행사를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치렀다"며 각계 관계자들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 1년간 G20 준비위원장으로 일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범정부적인 지원과 전 국민의 뜨거운 성원 속에 국가를 위해 일을 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늘 현장을 중시하면서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자세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사공 위원장은 "G20 서울 정상회의는 세계 역사의 한 장(章)에 중요하게 기록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고 앞으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의제에 대해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거의 다 합의가 이뤄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그러나 합의가 나오기까지는 진통이 컸다"며 "재무차관 및 셰르파(교섭대표) 회의가 매일 새벽까지 진행됐고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중에도 실무자급과 장관급의 막후 절충이 안팎에서 계속됐다"고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20개 국가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세계는 한 배를 탔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어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에 성공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작성을 내년으로 미룬 것은 사실상 합의에 실패한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과 관련,"각 나라가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구체적인 경상수지 목표치를 제시하고 싶었던 나라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겠지만 독일을 비롯해 목표치 설정에 반대했던 나라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환율에만 초점을 맞췄더라면 각국의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율에 모아졌던 관심을 경상수지 등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쪽으로 이동시킨 것만으로도 G20 서울 정상회의는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IMF 쿼터 조정도 국가 간 대립이 첨예했던 문제"라며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이 대통령이 와서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돕기 위한 다년간 계획을 마련한 것과 관련,"G20에 속하지 않은 170개국에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공 위원장은 "한국은 의장국 지위를 프랑스에 넘겨줬지만 트로이카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1년간 G20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이카는 G20 의장국과 전년도 의장국,차기 의장국 등 3개국이 의제 설정과 행사 진행 등에 관해 협조하면서 이끌어가는 체제를 뜻한다. 그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을 다년간에 걸쳐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이행 과정에도 한국이 계속 관여할 것"이라며 "내년 의장국인 프랑스도 한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공 위원장은 "정부가 강제하지 않았는데도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자율적 승용차 2부제에 참여한 국민이 많았고 이틀간 영업을 중단했던 코엑스몰 상인들도 적극 협조해줬다"며 "이런 것이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비롯해 한국은 앞으로 여러 차례 중요한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한다"며 "G20 정상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행사에 관한 모든 사항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선진국으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공 위원장은 "현행 금융기관 규제 체계인 바젤Ⅱ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G20은 18개월 만에 새로운 규제 체계인 바젤Ⅲ에 합의했다"며 "G20이 세계 경제 협력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회의로 이번에 처음 열린 비즈니스 서밋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내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도 비즈니스 서밋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