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못 빌렸다가…지분 4분의 1 토막

케이에스알 최대주주 변경
사채업자가 담보주식 처분해
코스닥 상장사가 사채를 잘못 썼다가 최대주주 지분율이 24%대에서 5%대로 쪼그라든 사건이 발생했다. 자원개발업체 케이에스알 얘기다.

케이에스알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오가영씨에서 오씨 남편인 권오석씨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부부 사이의 최대주주 지위 양도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방법이었다. 부부의 소유 주식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초 1089만주(15.64%)에 달했던 오씨 지분은 4600주(0.01%)만 남았고 권씨 지분도 640만주(9.05%)에서 401만주(5.70%)로 줄었다. 부부 지분율이 24.69%에서 5.71%로 뚝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주식의 상당 부분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최대주주가 매도한 것은 아니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해명을 내놨다.

사건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에스알은 작년 12월과 올 1월 사채업자에게 75억원을 차입하면서 권씨 부부의 주식 1040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연초만 해도 2000원 안팎이던 케이에스알 주가가 2월 말 1000원 밑으로 폭락하자 담보가치 손실을 우려한 채권자가 주식을 장내매도해 버렸다. 케이에스알 관계자는 "현재 해당 주식의 가치는 116억원으로 빌린 돈의 1.5배 이상"이라며 "담보물을 임의 매각한 데 대한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문제는 회사 경영권도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케이에스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량 보유한 다산네트웍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다. 다산네트웍스의 BW는 케이에스알 전체 지분의 16.64%에 달하며 내년 3~7월 만기가 돌아온다. 다산네트웍스 측은 "매입 당시부터 순수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며 "다만 만기시점에 경영권을 행사할지는 그때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권씨 부부가 회사에서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