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옵션쇼크] 현물주식 손해 뻔한데 왜 폭탄 투매 했을까

원화 강세로 환차익 이미 확보
"풋옵션 매수로 사전 준비한 듯"
'11 · 11 옵션 쇼크'의 파장이 증폭되는 것과 비례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하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옵션이란 다소 낯선 상품이 증시를 뒤흔든 메커니즘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이다.

쇼크를 불러온 매개가 된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옵션이다. 코스피200지수를 정해진 가격에 미래 특정 시점에 매매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파는 상품이다.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콜옵션과 풋옵션을 살(매수) 수도,팔(매도) 수도 있다. 옵션가격(프리미엄)은 부동산 거래 시 계약금으로 이해하면 알기 쉽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계약금을 걸고 해당 물건을 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콜옵션과 풋옵션 매수자는 권리 행사가 유리하면 계약을 이행하고,불리하면 먼저 지급한 프리미엄(계약금)을 포기하면 된다.

이번에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파생상품펀드에 888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안겨준 것은 풋옵션 매도 거래다. 소액의 프리미엄을 주고 풋옵션을 샀던 반대쪽 투자자가 권리를 행사하자 차액 정산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와이즈에셋은 주가가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풋옵션 매수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해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규모 풋옵션 매도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개입으로 회사 존망의 기로에 섰다. 도이체방크런던법인이 작심하고 대규모 차익거래에 나섰기 때문이다. 차익거래는 코스피200 현물주식과 선물지수의 가격차를 이용해 비싼 쪽을 팔고 싼 쪽을 매수한 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반대 방향으로 매매해 이익을 내는 기법이다.

이번 쇼크를 몰고온 도이체방크 역시 올 6월부터 매수차익거래 규모를 늘려 잔액을 2조원대로 키웠다. 9월 선물 · 옵션동시만기일에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었지만 롤오버(이월)시키면서 포지션을 유지했다. 한번에 주가를 빼는 '거사'를 위해 차익거래로 확보한 선물 9월물을 12월물로 바꾸고,보유 주식도 계속 늘려 힘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아한 점은 이번 옵션만기일은 매수차익거래를 청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내면 주가가 떨어져 매매단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외국인이 원화 강세로 인해 이미 15% 정도 환차익을 얻었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는 연연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또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풋옵션을 10억원어치 샀다면 이론적으로 최대 5000억원의 수익이 가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