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新성장동력] 과학과 산업의 '크로스오버' 영남권에 투자 몰린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11~12일)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8일.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내 · 외 석학 등 전문가 500여명이 모인 이 행사의 타이틀은 'G20 국제융합기술심포지엄'이었다. 국내 · 외 전문가들이 '융합'이란 단어의 개념과 지향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와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알카텔 루센트의 바실리 라도아카 부사장이 각각 기조연설을 맡은 이번 행사의 주제도 의외로 '더 나은 삶을 위하여'였다. 국내 · 외 과학기술계는 물론 글로벌 기업 등 관련 업계에서 '융합과학,융합기술,융합산업' 등 다소 생소한 단어를 쓰는 사례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융합이란 음악장르에 비유하면 한마디로 '과학 · 산업분야의 크로스오버'를 뜻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의 경우 "융합이란 개별 학문의 벽에 갇히지 않고 범(汎) 학문적으로 사람의 삶에 활용하는 응용력"이라며 "과학기술의 융합도 결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경제신문,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26~28일 개최해 성공적으로 마친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도 융합산업 · 기술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기도 했다.

◆영남권 경제 '융합산업'에 달렸다이 같은 융합과학과 융합산업 · 기술이 대구 · 경북 · 울산 등 영남권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분야도 의료,IT,그린에너지,자동차,발광다이오드(LED) 등 갈수록 넓어지고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300억원 규모의 녹색성장산업 투자펀드를 결성해 2018년까지 신재생에너지,고도수 처리,LED 응용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집중 지원키로 했다.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IT와 의료기기 산업의 융 · 복합화 지원을 위해 'IT융 · 복합의료기기산업 지원센터'를 최근 신설했다.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도 올해부터 2014년까지 4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IT융합 특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경북대는 대구테크노폴리스 29만여㎡에 융합기술대학원과 IT융 · 복합,환경 및 차세대 에너지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계명대도 18만여㎡에 지능형 자동차대학원,저공해자동차 부품기술개발센터,전자화자동차 부품지역혁신센터 설립에 나설 예정이다.

관련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일모직과 한국봉제기술연구소의 경우 기능성 편 · 직물을 이용한 의료용 섬유제품과 함께 직물 안에 센서를 내장해 외부 힘에 따라 반응하는 차세대 전도사(傳導絲)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영도벨벳도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러빙포'의 국산화에 최근 성공해 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에너지 관련기업 투자 잇달아영남권에서 최근 진행 중인 눈에 띄는 변화로 '에너지산업의 융 · 복합'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20기 중 절반인 10기를 보유한 경북지역의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영덕(풍력) 울진(태양광 · 해양바이오 · 원자력) 포항(수소연료전지) 경주(원자력) 등을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조건과 산업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021년까지 총 4조3987억원을 투입해 지역 · 기능 · 산업별로 그린에너지를 특화시키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포스코파워가 50㎿급 발전용 공장을 포항에 짓고,에너지소스도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웅진폴리실리콘이 상주에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풍력의 경우 스페인 악시오나가 영양에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울산 유화단지 52㎞ 파이프랙으로 연결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이끌어온 울산지역의 변신도 눈에 띈다. 첨단 바이오화학과 2차전지,태양광 등과 연계한 유화사업의 융 · 복합화다. 울산시는 이를 통해 통해 2020년까지 세계 5위권의 석유화학 도시로 재도약한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울산과 여천,용연,온산단지 등 4개 지역의 석유화학단지를 연결하는 총 연장 52㎞의 파이프랙을 구축해 에너지를 상호 교환하는 산업실크로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만 2500억원이 투입된다.

중소 정밀화학업체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른바 '100대 명품소재' 개발사업이다. 이를 위해 울주군 온산단지 내 학남지구에 13만1208㎡ 규모의 '학남 정밀화학 소재부품 산업단지'를 2012년까지 조성키로 했다. 현재 제일화성과 티엔씨,위즈켐,피씨아이 등 12개 중견 화학기업들이 입주를 원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들 사업이 차질 없이 완료되면 에너지사용량 10% 저감과 생산효율 5%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원 울산시 경제통상실장은 "기업을 넘어 단지와 단지 간 대통합과 소통을 통해 울산이 독일,싱가포르 등에 있는 세계적인 유화단지와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신경원/울산=하인식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