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소통 부족한 롤스로이스의 위기관리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 주가는 지난 12일 런던 증시에서 4.6% 상승 마감했다. 롤스로이스는 4일 466명을 태운 호주 콴타스항공 소속 에어버스 여객기 A380을 이륙 6분 만에 불시착하게 만든 엔진 트렌트900 공급 업체로 드러나면서 이후 주가가 10.8% 밀리는 약세를 보이던 터였다. 게다가 A380이 불시착한 지 하루 뒤 발생한 콴타스항공 소속 보잉747 여객기 회항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엔진도 롤스로이스제(制)였다. 그런 롤스로이스 주가가 반등한 것은 "존 로즈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엔진 결함을 고백한 데 대해 투자자들이 화답한 것"(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아쉬움도 남겼다.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난 시점에야 공개사과를 했고 엔진 폭발 문제가 특정 부품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그 부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베어링이나 오일 실(oil seal)이 원인으로 추정된다"(파이낸셜타임스)는 추측 보도가 잇따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380 불시착 사고 발생 나흘째인 지난 8일 롤스로이스의 '소통 결핍'을 꼬집고 2년 전 엔진 사고 때도 말을 아낀 사실을 상기시켰다. 로즈 CEO는 1996년 취임 이후 회사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웠다는 평도 받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notoriously media shy)' 인물로 묘사할 만큼 대외소통에는 취약한 면을 보였다.

롤스로이스의 행보는 올초 대량 리콜사태 발생 뒤 2주가 지난 뒤에야 공식사과를 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CEO와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 굴착장비 탓이라고 책임 전가하기에 바빴던 BP의 당시 CEO 토니 헤이워드처럼 선제대응을 못해 화(禍)를 키운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롤스로이스에 더 많은 대외 소통이 필요한 이유로 유명 회사라는 점과 인터넷 시대를 꼽았다. 롤스로이스는 세계 2위 대형 항공기 엔진업체로 2007년 운항에 들어간 500인승 여객기 A380 39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대에 엔진을 공급했다. 인터넷 때문에 클릭 몇 번으로 고객이 예약 항공기의 엔진 제작사를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한 소통은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같은 위기를 겪는 콴타스항공은 사고 발생 이후 호주 증시에서 주가가 2.4% 빠지는 데 그쳤다. 앨런 조이스 CEO는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마감 시한도 없다. 단지 문제의 항공기가 다시 날기 전까지 절대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콴타스항공은 사고 발생 직후 A380여객기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같은 엔진을 쓴 A380을 보유한 싱가포르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가 운항을 재개한 것과 대조된다. A380 불시착 사건은 리스크 관리 경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