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력 빼가기'에 구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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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 앞세워 137명 빼와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체 간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후발 인터넷 관련 업체에 우수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려주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구글, 임금 10% 인상 맞대응
트위터ㆍ링트인도 '인재 모시기'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웹 관련 신생사들이 구글처럼 사업구조가 안정 궤도에 진입한 회사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네트워크 업체인 페이스북은 구글에서 인재를 유치하는 수단으로 주식공여 카드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카우트 대상자가 미 공개 주식을 받으면 상장 시 주가 상승으로 목돈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트위터,링트인 등은 인터넷 업계 평균 수준보다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한다. 인터넷 업계 엔지니어의 첫해 평균 연봉은 12만달러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한 채용 전문가는 "전문 엔지니어가 태부족"이라며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2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고 취업한 자신의 고객이 최근 17만5000달러의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1년 전 직원이 1000명이던 페이스북은 직원 수가 1700명으로 급증했다. 트위터는 1년 전 99명에서 300명으로 늘었다. 직업과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링트인은 올초만 해도 450명이던 직원이 연말에는 9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게임회사 징가게임네트워크의 콜린 맥크리어리 최고채용경영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고급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연초 500명이던 직원이 1250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간 인력 확보 경쟁이 특히 뜨겁다. 링트인 집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엔지니어 중 137명이 구글 출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맵을 만든 라스 라스무센과 에릭 센 안드로이드 선임 제품 매니저 등이다. 인력 유출에 비상이 걸린 구글은 최근 2만3000명 전체 임직원의 연봉을 10%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구글은 최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 한 해 동안 3600명을 채용했다.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소셜앱 메이커인 '슬라이드' 등 신생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을 위해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몇 해 전만 해도 구글은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력을 빼갔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 인력 유출을 고민해야 한다.
페이스북 인재 영입을 대행하는 로버트 그린씨는 "엔지니어들에게 구글은 일하기에 안전한 곳이지만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큰 조직보다 성장성이 뛰어난 신생사에서 역량 발휘를 원한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력 유치 경쟁이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