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자들, 예술품 낙찰로 愛國?

자국 문화유산 경쟁적 구입
"인플레 내다본 투자" 해석도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예술품 경매에서 중국 황실 도자기가 중국 고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4300만파운드(약 780억원)에 팔리자 중국 부호들의 '자기(磁器)애국주의'가 주목받고 있다고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베인브리지 주최의 이 경매에서 청 건륭제 시대의 화병은 입찰에 참여한 중국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경매개시가인 50만파운드에 비해 무려 86배나 높은 가격에 팔렸다. 한 관계자는 "최종 입찰에 참여한 구매자들은 모두 중국인이었다"며 "낙찰자는 베이징에서 온 개인투자자"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예술품 경매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화병이 고가에 팔리기 전에도 송나라 시대 두루마리가 지난 6월 베이징 경매소에서 4090만파운드에 팔렸다.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이 회사 경매 예술품 구매액은 전년에 비해 94%나 증가했다.

특히 중국 정부와 방위산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바오리문화예술공사는 중국 예술품 시장의 큰손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헤네시 리틀턴앤드헤네시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오리의 주머니는 바닥이 없어서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인수집가들도 공격적으로 고대 예술품들을 사들이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중국 예술품들의 잇단 최고가 경신 배후에는 중국인의 '자기애국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그들의 문화유산을 다시 사들이는 것을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되찾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국인 부호들의 이 같은 예술품 구매 행위는 투자와도 관련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이나 금처럼 투자의 대안으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