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지긋지긋한 척추질환…수술,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목 허리 등의 척추질환 수술을 놓고 의료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웬만하면 수술을 피하고 물리 · 운동요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견해와 수술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경우에도 비수술치료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또 증상이 심한 척추환자를 방치하면 상지나 하지가 마비되는 후유증이 발생하므로 수술을 받되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부위마취로 마취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올봄 대한통증학회에서 목디스크 환자에 대한 신경성형술 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목과 상지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1074명 중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통해 목디스크로 판정받아 신경성형술을 시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개선 및 통증 호전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92.3%가 시술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상당수 환자는 시술 다음 날부터 만성 통증이 크게 개선됐다. 최 원장은 "중증 목디스크는 그동안 수술 외에는 치료법이 없었다"며 "비수술 치료법인 신경성형술은 허리척추(요추)에 대한 치료결과는 많이 발표됐지만 목디스크에 대한 치료사례는 극히 적었다"고 소개했다.

신경성형술은 실시간으로 X-레이를 보며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에 지름 1㎜의 가는 카테터(도관)를 정확히 삽입,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줄이는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디스크가 돌출돼 있다고 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중증디스크 탈출이 있어도 신경 주위의 염증을 잘 조절하면 통증 없이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꼭 튀어 나온 디스크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전신마취 등 부담이 있는 수술적 치료와 달리 간단한 국소마취만으로 시술이 가능하며 시술 시간 또한 15분 이내로 짧다.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만성화되면 신경주위의 반복적인 염증으로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 부위가 척수신경과 유착돼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효과도 떨어질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최 원장은 강조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됐거나,사지마비가 발생했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장기간 지속된 척추관협착증,불안정 척추전방위증,하지의 힘이 사라져가는 척추디스크탈출증,압박골절,척수종양,옆구리디스크(극외측 디스크),심한 목디스크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도은식 더조은병원 원장은 "비수술요법인 신경성형술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이 치료는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병은 실제 더욱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수술치료를 미루게 만든다"며 "그 결과 수술 후에도 더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노인성 척추관협착증은 수십년에 걸쳐 척추신경을 감싸고 있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밖에 없는데도 반복적으로 신경성형술과 같은 통증 완화 시술을 받으며 수술을 미루면 장딴지 근육이 여위어가고 심지어 배뇨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 원장은 "척추전문병원을 찾는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비수술적 요법만 고집하다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면부위마취와 최소침습수술로 수술의 부담을 덜고 있다. 수면부위마취는 척추신경 외곽의 경막 바깥 공간에 마취함으로써 수술 중 통증을 크게 줄이면서도 회복이 빠른 장점을 갖는다. 뇌가 마취되는 게 아니고 심장과 폐는 원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수술 중 환자 스스로 호흡이 가능하다. 최소침습수술은 수면부위마취 후 미세현미경으로 3~5배 확대된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한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수술의 경우 미세현미경을 많이 써본 경험 있는 전문의는 척추관 중 좌우 한쪽만 세로로 절개해 반대쪽 척추관 내벽에 있는 유착이나 뼈가시를 제거하는 일측접근감압술(UBF)을 시행할 수 있다"며 "척추관 좌우 양측을 절개하는 양측접근감압술에 비해 수술시간도 짧고 회복기간도 단축된다"고 말했다. UBF는 수술에 큰 공포심을 갖는 고령환자에 적합한데 1.5~2㎝만 절개해도 수술이 가능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