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대 국영銀,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중단

돈 빌려 땅만 사고 분양 안해…부동산 가격 17개월째 상승
외국인 주택 매입도 규제

중국 건설은행 등 4대 국영은행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내년에는 부동산업체에 대한 대출 규모를 올해의 80%로 줄이고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규제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국내외 자금이 과잉 유입되는 것을 적극 차단키로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5일 지난달 말부터 건설 · 농업 · 중국 · 공상은행 등 4대 국영은행이 부동산업체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행이 3분기에 부동산업체에 내준 대출금은 3400억위안으로 전 분기 6900억위안의 절반에 그쳤다. 관영 중국부동산신문은 "정부가 모기지 대출을 규제하고 1세대 1주택으로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데도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은행들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추가 대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땅을 확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정작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신규 대출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년에는 올 대출금의 80% 정도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신문은 자금 압박을 받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주택 판매를 늘리기 위해 분양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감독위원회는 은행들의 편법적인 모기지 대출과 부동산업체에 대한 대출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외국인의 경우 거주 목적 외에는 주택을 살 수 없도록 하고,외국 기업도 법인이 등록된 지역 안에서만 부동산 매입이 가능하도록 지역규제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베이징 부동산 투자회사 사빌스의 그랜트 지 대표는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될 경우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증권보는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더불어 핫머니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마더룬 중국인민은행 부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중국으로 핫머니 유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환율 및 지급준비율 조정,공개시장조작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환관리국도 △은행권의 단기 외채 한도 및 해외 담보대출액을 엄격히 관리하고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의 주식 투자 및 송금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가격의 상승률은 지난달 8.6%로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 4월 이후 오름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