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美 FTA' 강경해진 손학규

ISD 등 독소조항 제거 요구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 · 미 지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반대 발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손 대표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이 추가 양보만 요구하는 상황에서 실무협상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재협상을 한다면 ISD(투자자 정부제소),역진불가(Ratchet · 한번 합의한 개방 수준 이하 재협상 불가) 조항 철폐를 미국 측에 요구하고 거부하면 한 · 미 FTA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쇠고기를 추가 양보하는 재협상 '비준 반대'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마디로 자동차,쇠고기 양보는 안되며 오히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독소조항들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손 대표는 미국 측이 요구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2008년 촛불집회 후 정부가 대만 일본이 우리보다 유리한 협상을 하면 협상문을 고치겠다고 했는데 이들 국가는 아직 20개월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더 열게 아니라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더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취임 초만 해도 "특위를 구성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 한 · 미 간 추가협상이 진행되자 "한국에 불리한 협상이 이뤄지면 비준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 손 대표가 초강경 모드로 돌아산 것이다. 이는 추가 양보 재협상에 반대하는 정세균 최고위원과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재협상을 주장해온 정동영 최고위원 측 입장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양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대를 위한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손 대표 측근들은 야 5당을 비롯한 진보진영과의 연대 및 당내 선명성을 겨냥해 강경 대응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당내 이견 표출과정에서 개인적 입장을 유보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손 대표의 강경선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