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不知爲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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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를 천신만고 끝에 친견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인생이 무엇인지 이번엔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절치부심한 터였다. 달라이라마에게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생은 무상(無常)이고......”달라이라마는 각종 종교와 철학 속의 언어로 현란하게 언급하였고, 그는 그 말을 영혼에 새기려고 온 정신을 쏟았다. 그런데 한참 설명이 끝난 후, 달라이라마는 조용히 그를 손으로 부르더니 귓속말을 했다.
“미안하네. 사실, 나도 아직까지 인생이 뭔지 잘 모르네. 사람들은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에게 듣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가 주워들었던 것을 들려준 것뿐이네. 자네가 알아내서 나중에라도 내게 알려주게나.”종교 지도자로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싶지 않다. 철학자나 종교지도자 정도가 되면 인생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말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직접 경험한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책이나 남에게 들은 간접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마치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초월한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는 많다. 존경을 받는 것은 아는 것이 많아서 받은 것이 아니다. 진솔하고 마음으로 전하는 얘기를 하기에 감동하는 것이다. 아는 척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에 잠시 있을 때 한 지인이 찾아와 울분을 토했다. 그는 허리의 통증으로 국내의 용하다는 의사들을 18년 동안이나 찾아다녔다고 한다. 류머티즘으로 시작해서 가는 곳마다 병원(病源)이 달랐고, 나중에는 심지어 요양원에 가서 기도하라는 말을 듣고 7개월간 멍하니 있다가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
결국은 그는 병도 못 고치고 몸만 만신창이가 되어 미국에 건너가게 되었는데, LA근교의 한 전문 의료원에서 피검사 한번으로 원인을 알아내어 간단히 완치가 되었다. 과거에 지인이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곳에 기생하는 ‘셴셴모기’에 물린 것이 악성 류머티즘으로 발전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왜 모르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이것저것 마치 아는 것처럼 해서 오히려 사람의 몸을 망쳐 놓느냐 하는 것이었다.이와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어떤 분이 병원에 갔다가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 화가 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대답을 안 해주냐고 의사에게 따졌더니 그 의사의 대답이 의외였다. “사실 몰라서 대답 못한 겁니다.”순간 그 분은 잠시 멍해졌다고 한다. 속으로 ‘아! 그랬구나, 대놓고 모른다고 말할 수 없어 아무 말도 안 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고 신뢰가 가더라고 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것도 아는 것이고,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사람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면 가르쳐 주지 않으니 더 무식해질 수밖에 없다. 모르면 가르쳐 달라고 말해라. 그러면 최소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고, 모르는 것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더 유식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간혹 회의를 하다보면 참석자들이 중요안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질문하라고 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모두 아는 것으로 알고 일을 진행시켜보면 실무자들은 전혀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모르면 그냥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것을, 자기 나름대로 일을 처리해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는 모르지만 물어가며 일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최소한 실수하지는 않을 테니.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으면서도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남이 알기를 꺼린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한다고 해서 알아지는 것은 아니다. 노자(老子)에 따르면 ‘자신이 모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모르면서 아는 체하면 망태기가 된다. 성인(聖人)들이 망태기가 아닌 것은 망태기를 망태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망태기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러면 적어도 자신을 기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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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네. 사실, 나도 아직까지 인생이 뭔지 잘 모르네. 사람들은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에게 듣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가 주워들었던 것을 들려준 것뿐이네. 자네가 알아내서 나중에라도 내게 알려주게나.”종교 지도자로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싶지 않다. 철학자나 종교지도자 정도가 되면 인생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말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직접 경험한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책이나 남에게 들은 간접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마치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초월한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는 많다. 존경을 받는 것은 아는 것이 많아서 받은 것이 아니다. 진솔하고 마음으로 전하는 얘기를 하기에 감동하는 것이다. 아는 척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에 잠시 있을 때 한 지인이 찾아와 울분을 토했다. 그는 허리의 통증으로 국내의 용하다는 의사들을 18년 동안이나 찾아다녔다고 한다. 류머티즘으로 시작해서 가는 곳마다 병원(病源)이 달랐고, 나중에는 심지어 요양원에 가서 기도하라는 말을 듣고 7개월간 멍하니 있다가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
결국은 그는 병도 못 고치고 몸만 만신창이가 되어 미국에 건너가게 되었는데, LA근교의 한 전문 의료원에서 피검사 한번으로 원인을 알아내어 간단히 완치가 되었다. 과거에 지인이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곳에 기생하는 ‘셴셴모기’에 물린 것이 악성 류머티즘으로 발전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왜 모르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이것저것 마치 아는 것처럼 해서 오히려 사람의 몸을 망쳐 놓느냐 하는 것이었다.이와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어떤 분이 병원에 갔다가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 화가 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대답을 안 해주냐고 의사에게 따졌더니 그 의사의 대답이 의외였다. “사실 몰라서 대답 못한 겁니다.”순간 그 분은 잠시 멍해졌다고 한다. 속으로 ‘아! 그랬구나, 대놓고 모른다고 말할 수 없어 아무 말도 안 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고 신뢰가 가더라고 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것도 아는 것이고,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사람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면 가르쳐 주지 않으니 더 무식해질 수밖에 없다. 모르면 가르쳐 달라고 말해라. 그러면 최소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고, 모르는 것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더 유식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간혹 회의를 하다보면 참석자들이 중요안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질문하라고 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모두 아는 것으로 알고 일을 진행시켜보면 실무자들은 전혀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모르면 그냥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것을, 자기 나름대로 일을 처리해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는 모르지만 물어가며 일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최소한 실수하지는 않을 테니.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으면서도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남이 알기를 꺼린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한다고 해서 알아지는 것은 아니다. 노자(老子)에 따르면 ‘자신이 모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모르면서 아는 체하면 망태기가 된다. 성인(聖人)들이 망태기가 아닌 것은 망태기를 망태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망태기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러면 적어도 자신을 기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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