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 가격 역전…도매價가 공장 출하가 밑돌아

건설수요 부진ㆍ수입산 영향
열연 t당 최대 10만원까지 차이
스테인리스스틸(STS) 제품의 도매가격이 제강사 출하가격보다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강사가 원료값 상승을 이유로 STS 제품 출하가격을 올렸지만,유통시장에서는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저가 수입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있는 데다 제품 수요가 워낙 부진해 유통 관계자들은 이달에도 도매가격을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제품 출하가격보다 싼값에 팔려경기도 시흥의 한 STS 대형 도매업체는 STS 304 2T 열연판을 t당 370만~38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제강사가 인상한 열연 출하가격 380만원보다 오히려 싼 가격에 일부 도매물량이 흘러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제강사는 중국 태원강철이 한국 수출가격을 올린 점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국제 니켈 가격이 21.8%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STS 300계 가격 인상폭은 10.4%에 불과했던 점도 가격인상 요인이 됐다. 냉연제품도 마찬가지다. STS 304 냉연제품은 t당 39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출하가보다 t당 17만원 낮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운송비(t당 2만7000원)와 가공비(4만원) 등을 포함해 1차 유통사가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t당 10만원가량에 이른다"며 "1차 유통사는 이달 구입한 일부 품목에 대해 열연의 경우 최대 10만원,냉연의 경우 최대 13만원까지 손해보며 파는 셈"이라고 말했다.

◆수요 부진에 저렴한 수입산까지 유입

제강사가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던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만 해도 1차 유통사들은 거래가격을 t당 10만원 올려 열연은 t당 390만원 선,냉연은 410만원 선에 판매하려 했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통사들이 제품가격 인상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수요부진이 꼽힌다. 서울 가산동의 한 STS 유통업체 관계자는 "건설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이미 건설시장 비수기로 접어들고 있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건설 마감재로 쓰이는 STS의 특성상 10~11월이 최대 성수기인 데도 불구하고 체감으로는 매출이 작년보다 60~70% 줄었다"고 덧붙였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일부 수입상들이 저가에 수입산을 내놓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부 수입상들은 지난 10월 말 304제품을t당 360만원가량에 물건을 내놓기 시작해 지금은 t당 370만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TS 유통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원재료인 니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어 11월 도매가격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3개월물 가격은 t당 2만2600달러로,한 달 전(2만4295달러)보다 6.9% 하락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