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MOU] 하나銀, 덩치 큰 우리금융보다 시너지 큰 외환銀과 '약혼'

규모 키우고 외환업무도 보강…론스타와 가격 차이 좁힌 듯
성사 땐 자산 316조원…국내 '빅3' 금융그룹 진입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전격 참여하게 된 것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기엔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하나금융은 그러나 오는 26일까지 외환은행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되 여의치 않으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혀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외환은행+하나금융' 시너지 커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은 인적자원(staff)이 좋고 프랜차이즈 밸류가 뛰어나다"며 "우리가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외환은행이 우리금융보다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큰 데다 사업영역도 상당 부분 중복돼 있다"며 "이에 비해 외환은행은 외환결제 분야와 해외영업망 등에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어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평소 외환은행에 대해 주당 1만3000원 정도면 인수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외환은행의 강력한 인수 후보인 호주 ANZ은행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론스타와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것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를 앞두고 몸값을 높이려는 하나금융과 ANZ은행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론스타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ANZ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빨리 손털고 나가려는 론스타보다 느긋한 입장이었다"며 "론스타로선 ANZ은행에 끌려가기보다는 하나금융에 파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 역시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다른 대안이 있다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총자산 316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단숨에 우리 · KB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금융그룹 3위로 부상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분간 통합하지 않고 두 은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신한지주가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도 바로 통합하지 않고 2년간 과도기 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걸림돌은 없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때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당장 가격 협상이 변수다. 론스타가 비싼 가격을 고수할 경우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전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주 외환은행 인수 여부에 대한 결론이 최종적으로 나오면 그때 가서 주관사를 선정해 우리금융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먹튀 논란'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국내 은행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먹튀를 도와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결국 무산됐다. 게다가 론스타는 현재까지 총 8800억원 이상을 외환은행 배당금으로 챙겼다. 여기에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하면서 받은 1조1927억원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회수한 돈만 2조700억원에 달한다. 매각대금은 고스란히 차익으로 남길 수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도 변수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먹튀를 위해 들러리를 선 것"이라며 "외환은행 고객과 직원을 철저히 우롱한 이 같은 작태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매각 실사가 진행돼 온 외환은행 본점 4층 데이터룸을 봉쇄했다.

4조원대로 예상되는 인수대금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이 현재 보유 중인 여유자금은 약 2조원.여기에 추가로 2조원 이상을 유상증자나 투자자 유치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