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돌풍' 뒤에 듬직한 30대 형·언니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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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저우 아시안게임한국 선수단이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초반 '코리아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0대 고참 선수들의 맹활약 덕분에 사격 유도 등에서 메달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사격 장대규·사이클 조호성 등 리더십으로 단체전 金 이끌어
홍성환 男 권총 25m서 2관왕
권총 대표팀의 '맏형' 장대규(34)는 17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닷새째 남자 25m 스탠더드 권총 단체전에서 홍성환(27) · 황윤삼(27 · 이상 서산시청)과 함께 1708점을 합작,중국(1707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홍성환은 이 종목 개인전에서 575점을 쏴 북한의 김정수(573점)를 밀어내고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요한(20 · 대구카톨릭대)과 황영식(20 · 한양대)이 이날 각각 정구 남자 단식과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0대 노장들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격에서 금빛 총성을 울리며 한국의 종합 2위 도약을 이끈 김학만(34 · 상무)과 김정미(35 · 인천남구청)가 대표적이다. 김학만은 50m 소총복사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단체전 우승까지 이끌어 2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김정미 역시 이윤채(28 · 우리은행) · 권나라(24 · 인천남구청)와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임신 7개월 '예비엄마' 김윤미(28)가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 · 단체전을 석권한 것도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때 '젊은 선수들의 짐이 되지 않을까' 해서 대회 출전을 망설였던 그는 배가 수박만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도 이호림(22 · 한체대) 등 후배를 이끌고 두 차례나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백전노장들의 활약에 힘입은 한국 사격은 이날까지 역대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가장 많은 1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로 올라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한국 사이클의 '에이스' 조호성(36 · 서울시청)과 유도 대표팀의 '큰형님' 황희태(32 · 수원시청)도 빼놓을 수 없다. 8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 돌아온 조호성은 남자 4㎞ 단체추발 최종 결승에서 장선재(26 · 대한지적공사) 등과 팀을 이뤄 금빛 질주에 성공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경륜 선수로 잠시 외도를 했던 조호성은 아시안게임 복귀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003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90㎏급에서 금메달을 딴 황희태는 한 체급 올린 100㎏급에 출전,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대표팀의 33세 동갑내기 오상은(한국인삼공사)과 김경아(대한항공)는 단체전에서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혔지만 에이스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구기 종목에서도 맏형과 맏언니들이 팀의 정신적인 지주로 활약하고 있다. 4년 전 도하 대회 때 중동 심판들의 편파 판정에 휘말려 메달을 놓쳤던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최고참 윤경신(37 · 두산)과 여자 대표팀의 '왕언니' 허순영(35 · 대구시청)도 핸드볼 동반 금메달 사냥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