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 이재용…삼성 미래 新사업 챙길 듯

삼성 경영권 승계 본격화
10년간 상무 등 거치며 경영수업, COO 직책은 유지 가능성
내달 '젊은 조직' 대개편 예고
이부진ㆍ서현 전무도 동반 승진할 듯
이건희 삼성 회장은 17일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2)을 "승진시키기로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예"라고 대답했다. 재차 이어진 올해 연말인사에서 승진하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예"라고 분명히 답했다.

이 회장이 "삼성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고 두 차례 언급한 뒤 그 상징으로 이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불과 1주일 전 같은 질문에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출장 기간에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경영 승계가 가속화하고 연말인사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이재용 체제 구축 시작되나

이 부사장은 1991년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년 만에 사장 승진을 앞두게 됐다. 2001년 삼성전자 상무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한 지 근 10년 만이다.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삼성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업무 전반을 돌아보고 경영 승계 수업을 하기에 딱 맞는 자리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마케팅 전반을 관장하는 것도 이 부사장의 몫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에서는 이 부사장이 승진하더라도 현재의 직책을 유지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COO 자리가 원래 사장급인 데다 삼성전자와 그룹 전반을 관장하려면 특별한 업무를 추가로 맡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각에서는 신사업 전반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사장은 2001년 이후 10년간 상무-전무를 거치며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쌓아 왔다. 사장으로 승진하면 성과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미래 신사업이야말로 '이 사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추진 중인 신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말 경영에 복귀하면서 제시한 태양광,바이오,LED(발광다이오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2차전지 등이 그것이다.

이 부사장이 이들 신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 성과를 내기에도 좋은 사업이란 얘기도 있다. 미래 삼성 경영을 책임질 오너가 직접 사업을 챙기면 신사업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폭은 더 커질 듯

연말 정기 인사에서 이 회장의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40)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7)의 동반 승진도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신라호텔 · 에버랜드(부진),제일모직 · 제일기획(서현) 등 별도의 기업군을 이끌고 있어 경영 승계의 또 다른 주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재용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젊은 사장단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 잇단 쇄신형 인사로 53.7세까지 낮아진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략기획실 복원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략기획실이 다시 생기면 주요 업무는 그룹 차원의 투자와 계열사 간 업무 조정뿐 아니라 점진적인 경영 승계 준비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젊은 조직론에 이어 이 부사장을 전면 배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삼성은 인사 시즌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

◆ 이재용 부사장은

1991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부장 시절 일본 게이오대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로 유학을 떠났다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했다. 상무와 전무 승진 시기는 각각 2003년 2월과 2007년 1월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공식 직책을 받았다.

본격적인 경영 수업은 유학에서 돌아온 2001년부터 시작됐지만 경영진의 일원으로 합류한 것은 2004년부터다. 당시 전무였던 그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해외 거래선 관리의 임무가 주어진 것은 2007년 1월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으면서다. CCO 생활은 길지 않았다.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이 발표됐던 2008년 4월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에 책임을 지고 보직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는 별도의 보직이 없는 상태로 해외 주요 시장을 돌며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