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낙동강 '제2 천성산' 안되려면

공정 지연…사업권 회수 불가피
소모적 논쟁보다 국익 우선하길
최근 들어 국토해양부와 경남도 간 4대강 사업 추진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도지사가 새로 선출된 이후 경남도의 4대강 사업 추진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국토부가 경남도의 4대강 사업권을 회수하자 경남도는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태세다.

4대강 사업은 본래 100%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으나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사업 참여를 원하는 지자체의 요청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대행계약을 맺고 일부 사업을 지자체가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계약에 따라 사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지자체의 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경남도의 사업 추진 의지가 의문시돼 왔다. 실제 경남도가 맡은 13개 공구 중 4개 공구는 공정률이 1.6%에 불과하고 더욱이 낙동강 47공구는 세 차례나 착공을 연기하면서 4대강의 유일한 미착공 구간으로 남았다. 평균공정률도 낙동강 전체가 32%인 반면,경남도는 16% 정도로 매우 부진하다. 더욱이 경남도의 사업 내용은 하천과 제방정비,소규모 준설과 자전거 도로 등 단순공사이다.

이런 공사 지연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경남도는 낙동강 하류에 위치하므로 전체 4대강 사업비의 60%가 넘는 13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낙동강 사업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크다. 또한 국책사업 특성상 공사기간이 늘면 공사비 증가도 예상된다. 이는 과거 고속철도의 당초 공사비가 6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어난 사례를 봐도 그렇다. 여기에 기간이 늘면 홍수로 인한 침수피해와 수질사고 위험도 증가한다. 게다가 당초 대행계약의 취지인 지역 일자리 창출도 힘들고,국가에서 홍수대처와 물 확보를 위한 일괄적인 정책 집행도 하기 어려워진다.

나아가 경남도는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대행계약의 범주에서 사업 거부나 수정 의견을 내면 된다. 현재 경남도가 국토부와 대행계약을 맺은 사업비는 1조1800억원으로 이는 전체 4대강 사업비의 5%,낙동강 사업비의 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체 4대강 사업이나 낙동강 사업의 찬반을 거론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함께 경남도에서 공사 지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는 공사구간 내 폐기물 처리문제도 실제 국토부에서 지난 7월 문화재 지표조사 중 발견해 관리책임자인 경남도에 통보했으나 9월까지 대책이 없었다. 이는 그만큼 경남도의 사업추진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경남도의 4대강 사업 반대의 주요 근거인 낙동강사업 특위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위의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았고,2인의 공동위원장은 물론 19인의 특위위원 중 16인이 4대강 반대 인사로 채워져 대표성이나 객관성도 부족하다. 더욱이 특위 주장을 근거로 대행사업 예산을 경남도 임의로 전용하겠다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을 가볍게 보는 처사로 사업 추진 의사가 없다면 필히 국가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경남도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으면서 사업반납도 안하고,국토부에서 사업 회수 절차에 들어가자 법적 소송으로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비쳐진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 16일 경남시장 · 군수협의회에서 "경남도는 사업권 회수에 따른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시 · 군과 함께 낙동강 살리기에 동참하라"고 촉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이미 인천공항과 새만금,천성산과 사패산 터널에서 근거없는 주장과 반대,법적 소송 등으로 공사기간의 연장과 국민불편의 가중,국민혈세의 낭비와 국론분열,지역 갈등을 충분히 겪었다. 이러한 과거의 악몽을 또다시 재현해선 안된다.

김계현 < 인하대 교수·지리정보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