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손놓고 후원금 '뚝'… 여의도 정가 '찬바람'

달라진 연말 풍속도

'청목회' 이후 후원 얘기 못 꺼내…"다음엔 누가 조사받나" 뒤숭숭
"돈 때문에"…의정 보고서 안내
송년회 일정도 가급적 자제

여의도 정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목회' 사건으로 후원금이 끊긴데다 지역 민심도 흉흉해 연말 회식 일정도 줄었다. 로비 불똥이 튀면서 입법활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태업 수준이다.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선 "다음엔 누가 검찰에 불려간다더라"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의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연말에 주로 몰리는 10만원짜리 개인 후원금이 뚝 끊겼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19일 기자와 만나 "연말에 10만원 이하 소액을 국회의원 후원계좌에 입금하면 다음 해 초 연말정산 때 100%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한두 달 빌려주는 셈 치고 후원해달라'고 해왔고,그렇게들 해줬는데 지금은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재선의원은 "불쌍한 청원경찰 구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10만원짜리 후원금 받았다고 검찰 조사를 받는 판국에 후원금을 받는 건 고사하고 무슨 입법을 할 수 있겠느냐"며 "연말까지 후원금을 법정 한도의 절반이라도 모아야 내년도 살림을 할 수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비는 정치 후원금과 국회 활동비로 구성된다. 후원금 한도는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없는 해는 1억5000만원으로 정해져있다. 연말 회식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의 보좌관은 "해마다 10월 말쯤부터 연말 송년회가 잡히기 시작해서 이때쯤이면 의원 일정표에 12월 말까지 빈 날짜가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약속 외엔 송년회를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메뉴 선택의 폭도 좁아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안 그래도 야당은 늘 재정 때문에 부족함을 느꼈는데 요즘엔 분위기가 흉흉해서 송년회 장소로 좋은 곳을 잡기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이맘때면 늘 나오는 의정보고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15년째 국회의원 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보좌관은 "아무리 연말에 예산심의,송년회가 바쁘다고 해도 국정감사 때 성과를 담아 의정보고서를 내왔는데 지금은 의원회관에 의정보고서 돌리는 의원실이 한곳도 없다"며 "보고서 만드는 데만도 3000만~4000만원 드니까 돈쓸 생각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