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EBS'…문항 비틀고 재구성 변별력 되레 높아져

왜 어려웠나
올 수능은 왜 어려웠을까. EBS 연계율이 높아져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입시학원가에서는 두 가지 미스매치론이 나온다.

첫째는 출제자와 수험생 간 '미스매치'다. 시험엔 늘 미스매치가 있지만 올해는 EBS 함정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입시전문가들은 "EBS 연계율을 70%까지 높이되 '변별력 확보'라는 과제를 함께 가진 출제자와 'EBS만 봐도 70%는 맞춘다'는 수험생의 오해가 엇갈린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선 교사들은 이번 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수리영역 상담교사인 심주석 인천 송도고 교사는 "EBS 교재와 문제해결의 포인트가 동일하고 도형 모형까지 똑같은 문항이 있어 교재를 공부한 학생이라면 익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제진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수 문항의 유형과 표현을 바꾼 형태로 출제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다수의 문항이 유형을 변형하거나 표현을 바꾸는 형태로 출제돼 EBS 교재를 꼼꼼히 봐야 도움이 됐었다"며 "상위권 학생은 유리할 수 있지만 중 · 하위권 학생에겐 EBS 도움이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둘째는 작년 수능 수준과의 미스매치다. 작년엔 수리 영역이 쉽게 출제돼 1등급 커트라인이 올해와 정반대로 6~12점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감축 등의 정책을 밝혀 올해 수능도 작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분위기가 수험생들 사이에 우세했다. 여기에다 'EBS 환상'까지 겹쳐 체감 난도가 크게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수능으로 EBS 연계율에 대한 대비가 입시 교육현장에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벌써부터 내년 수능을 대비해 'EBS 과외'라는 신종 사교육이 생길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변형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EBS에 더욱 깊숙이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고2 학생을 둔 한 학부모 박모씨는 "정부가 EBS를 강조하면서도 변별력 때문에 문제를 어렵게 내 앞으로 EBS 문제를 심도 있게 정복하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사교육이 필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능 직후 "무늬만 EBS였다"는 수험생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EBS 사교육이 생길 가능성은 높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