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佛 예금 1조2천억' 논란 속, 채권단 "추가조사 없다"…23일 M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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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33억 佛법인이 예금주…현대증권 노조도 의혹 제기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대금 5조5100억원 중 1조2000억원을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예치금으로 조달키로 한 것과 관련,이 자금의 출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해당 자금에 대한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추가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현대건설 자금 적법"…채권단 "본계약때 판단할 것"
◆채권단 "자금 출처 조사 불필요"현대건설 채권단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금증빙서류의 재검토를 위한 운영위원회의 추가적인 협의는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 자금 출처에 대해 더 이상 조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다만 22일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 했던 일정은 23일로 하루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예금잔액증명서는 운영위원회 금융회사들의 프랑스지사 및 매각주간사에서 복수로 확인한 결과 해당은행에서 발급됐고 자금이 입찰 당일에도 계좌에 있었다"며 "자금의 사용 제한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제기되는 자금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예금주로 돼있는 1조2000억원이다. 총 자산이 33억원에 불과한 현지 법인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금통장을 갖고 있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은 심사 당시 이 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줄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인지 타인 자본인지에 따라 평가점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채권은행들간에도 자금에 대한 재조사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으나 이날 오후 회의를 통해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 초 본계약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예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시작하면 된다"며 "현대건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를 해 놨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인수자가 앞으로 2년간 현대건설 자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1조2000억원…계속되는 갑론을박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이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에 제시한 인수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하다"며 현대상선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동양종합금융증권의 투자금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법인이 어떻게 1조2000억원을 나티시스은행에 예치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소문처럼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그룹과 지분 계약을 한 넥스젠캐피털의 자금이라면 차입 조건이 매우 불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추측에 불과하다"며 "관련 자금은 적법한 자금으로 상세한 내용은 주식 매매 계약서(SPA) 사인 이후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자금 출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줄 것을 현대건설 매각주관사에 요청했다. 현대그룹은 자금조달 증빙과 관련, 언론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이 비밀유지 의무조항 위반 및 채권단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어떤 이의나 의혹을 제기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예비협상대상자로서 후속 매각 절차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며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황당하고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이태훈/박동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