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금리 올렸는데 시장은 '덤덤'…"재테크 공식 다시 짜야겠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연 2.25%에서 2.50%로 올렸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년 기준금리가 연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보통 기준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풀린 돈이 흡수되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경기는 다소 식는다. 채권상품 역시 인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금리를 올렸는 데도 채권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되레 내리기도 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시장분위기가 과거 금리 인상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형성되면서 투자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사람이 상당하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보통 경기호황과 물가 상승 뒤에 따라 오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소비자물가 급등과 출구전략차원에서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돌려 놓는다는 측면이 강했다"며 "재테크 전략에서는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도 이미 모두 올렸기 때문에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적인 금리인상기의 재테크 공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단 예전과 달리 주식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통상 금리인상기에 주식시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름에 따라 일단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경기 민감 주식들과 물가 상승에 따라 소재 및 에너지 관련 주식과 원자재 펀드 등도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물론 금리 상승기의 고전적인 재테크 이론도 간과할 수 없다. 예금은 단기로 가입하고 대출은 고정금리로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고 있어 이런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건 성급하다. 대출의 경우 1년 이하 단기일 때는 변동금리가 유리하고 3년 이상은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 중반~5% 중반 수준이다. 고정금리는 연 5% 중반~6% 초반대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격차는 0.5~1%포인트 정도로 좁혀져 있다. 만일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오를 경우 금리차는 역전될 수 있다. 하지만 금리상승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1년 이하 단기대출은 여전히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예금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상승하면 재빨리 갈아탈 수 있도록 짧은 기간의 상품이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년짜리 특판예금도 가입할 만하다.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보통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 상품이 단기로 가는 것이 맞지만 기준 금리가 천천히 오를 가능성도 커 1년제 예금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